채제공 영정·향합 등 수원 품에

내년 하반기 완공 화성박물관 전시

조선 정조시대 수원 화성 건설의 일등공신 번암 채제공(1720~1799년))의 주요 유물들이 수원시에 기증돼 향후 화성축성은 물론 조선후기 정치·문화사에 주요 연구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번암은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1793년 초대 화성유수를 지내면서 화성성역화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그의 실학사상은 이가환과 정약용 등에게 이어졌다.

번암의 6대 종손 채호석씨(78·서울 서초구 서초3동)는 집안대대로 소장했던 유물 7종 135점을 수원시에 기증(지난 12일),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화성박물관에 특별 전시된다.

주요 유물로는 보물로 지정 예고된 ‘채제공 영정’. 정조의 어진을 그린 왕실화가 이명기가 그렸으며 임금께 하사받은 부채와 향주머니 등이 있다. 특히 향주머니는 이번 기증유물에도 포함됐으며 연필로 그려진 영정의 밑그림 ‘초본’은 18세기 조선에 연필이 수입된 증거로 한국미술사에 중요한 자료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영정은 18세기 왕실 표구양식을 충실히 따랐으며, 번암은 영정을 하사받은 감회를 영정 왼편에 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정조와 번암과의 긴밀한 관계를 알려주는 장문의 편지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정조 어필 중 긴 글씨를 찾아보기 드물다”며 “이 편지는 번암의 사직을 허락하면서 섭섭함과 함께 투정스런 글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번암의 대표저서인 ‘번암집’ 30권 필사본은 규장각 목판본보다 앞선 시대의 유물로 정조가 직접 서문과 목차를 정해줬다.

이밖에 화성에 주둔했던 장용영 무과시험 자료와 정조의 사인이 들어간 전령, 영조 친필 등을 기증했다.

김 교수는 “현재 확인된 정조 친필만 최소 9건”이라며 “(수원시는)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번 기증 유물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 실학박물관 등이 접촉했으나 최종적으로 번암과 인연이 깊은 수원시에 기증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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