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우야…’·CATV ‘하이에나’… 성담론 ‘시끌’
안방극장에도 성개방 시대가 열리는가. 성에 대해 금기시해왔던 TV가 본격적인 성 담론을 펼치고 있다. 성과 폭력은 인간의 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대중문화의 영원한 소재. 그동안 우리 대중매체는 비교적 폭력에 관대했지만 성에 대해서는 유달리 엄격했다. 사이버세상에는 각종 음란물이 넘쳐나고 현실에서도 성 개방 풍조가 만연했지만 TV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 최근 그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TV의 성 담론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작품은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극본 김도우, 연출 권석장). 고현정과 천정명이 9살 연상연하 커플로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지상파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한 성 묘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에 비해 과도한 수위라는 지적에 “요즘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이야기”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동안 TV 속 성 표현에 비하면 ‘진일보’한 작품. “성이 더 이상 음지의 독버섯이 아니다”라며 성을 양지로 끌어낸 이 드라마는 선정성 논란과 함께 TV가 얼마나 성에 대해 솔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그동안 TV드라마는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을 다룰 뿐 그에 따르는 성에 대한 표현은 자제돼왔다. ‘여우야 뭐하니’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표현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 케이블TV 수퍼액션이 방송하는 ‘시리즈 다세포소녀’도 인터넷 연재만화 ‘다세포소녀’를 원작으로 한 성인용 드라마로 선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또한 최근 각종 토크쇼 등 오락프로그램들도 성을 ‘당당히’ 소재로 삼고 있다.
물론 TV가 인간의 성과 욕망을 그리는 것을 더 이상 이상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아직 성을 노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며 이 논란은 끝없이 계속된다.
성이 소재의 확대가 아닌 시청자의 눈길잡기에 그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흐름에 대해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교수는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표현은 논란이 되며 TV매체의 특성상 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수위 조절의 문제는 있다”면서 “‘여우야 뭐하니’ 등이 그 문제 제기를 한 것이며 선정성 논란 자체는 이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건강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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