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낮은 영화 밖에 없어 극장 2주간 휴업"

영화광들 사이에 명소로 꼽히는 미국 일리노이주 작은 도시의 한 영화관이 "상영할 만한 수준의 영화가 없다" 며 2주간 극장문을 닫았다.

29일(현지 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120마일(약 193km) 떨어진 인구 5천700명의 작은 도시 훕스톤의 로레인 극장은 "배급중인 영화들의 수준이 우리 극장에서 상영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이유로 2주간 휴업했다.

로레인 극장의 소유주 그렉 보드맨(52)은 "우리 극장은 세계 최고급의 음향 시설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장비를 수준 낮은 영화를 상영하며 낭비하고 싶지 않다" 며 최근 배급된 영화들인 '비어페스트(Beerfest)', '커버넌트(The Covenant)', '잭애스 넘버 2(Jackass Number 2)' 등을 상영하는 대신 휴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들은 지난주 박스 오피스 상단을 차지했으나 비평가들로부터는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 휴업기간에 로레인 극장측은 안내 전화를 통해 "극장이 선택해 상영할 만한 영화가 없어 문을 닫습니다. '잭애스 넘버 2' 를 보려면 (이웃 도시) 댄빌로 가십시오" 라고 안내했다.

훕스톤은 올해초 미국 부동산 연합에 의해 미국내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낮은 곳으로 지목됐으며 경기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고장이지만 8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레인 극장은 불경기와 상관없이 흑자를 이어왔다.

1922년 희가극 극장으로 문을 연 로레인 극장은 초기부터 우수한 음향효과로 유명했고 이후 유성영화, 스테레오 등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음향계의 최고 수준을 이어왔으나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 1987년 NBC 방송의 테크니컬 엔지니어 출신의 보드맨이 인수하면서 최첨단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후퍼스타운 근처의 로스빌 출신으로 로레인극장에 대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보드맨은 극장 매입 후 725개의 좌석을 500 개로 줄여 좌석간의 간격을 넓혔고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 시설의 스크린과 8채널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로레인 극장은 타주에서부터 수 많은 영화팬들이 일부러 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훕스턴을 찾을만큼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꼭 한번 가봐야 할 영화관' 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로레인 극장은 28일 애니메이션 아동영화 '오픈 시즌(Open Season)' 과 디즈니의 풋볼 영화인 '인빈서블(Invincible)' 을 상영하며 극장문을 다시 열었으나 보드맨은 "앞으로도 수준 낮은 영화들만 있을 경우 언제든 다시 극장 문을 닫을 것" 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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