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야 ‘명품남녀’, 특정직업 조롱해 웃기나…시청자 비판

MBC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의 인기 코너로 급부상한 ‘명품남녀’가 특정 직업에 대한 지나친 표현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명품남녀’는 잘 차려 입고 맞선을 보러 나온 두 남녀가 허영과 가식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모습을 풍자해 최근 크게 인기를 모았다. 26일 방송분에서도 처음 만난 두 남녀는 서로를 소개하며 말문을 연다.

여자(남정미)가 “현민씨는 무슨 일 하세요? 제가 알기론 금융업에 종사하신다고 들었는데요”라고 운을 떼자 남자(조현민)는 “이 앞에 있는 여의도은행 본점 아세요?”라 되묻는다. 여자는 “네, 증권거래소 맞은 편에 있는 거잖아요”라며 기대감을 표시한다.

이어 남자는 “저는 거기에서… 휴대폰 팔고 있습니다”라고 대꾸하고 여자는 “아, 금융업의 틈새시장을 노리셨구나”라고 받아친다. “어떻게 사업하냐”는 여자 질문에 남자는 “은행에서 가장 목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현금지급기 앞에서 은행 직원인 척 변신해서 팔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남사스러운 직업이죠”라 덧붙인다.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뒤이어 여자에게 “정미씨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거든요”라며 직업을 묻는다. 여자는 “학교 졸업하고 바로 발령이 나서 초등학교에서 일한 지 4년 정도 됐어요. 창곡초등학교 아세요?”라며 뜸을 들이다 “거기에서 ‘학교 아저씨’ 하고 있어요. 그냥 편하게 남씨라고 불러 주세요”라 대답한다.

남자는 “아… 남씨… 그럼 남씨, 남씨는 뭐 힘든 일 없어요?”라고 태연히 묻는다. 여자는 “제가 얼마 전에 소각장에서 쓰레기 태우다 부탄가스통이 폭파해 불똥이 튀어서 머리카락이 좀 탔어요. 여기 머리 심어서 색깔 많이 다르죠?”라 되묻는다.

이 방송이 나가자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특정 직업을 비하해 웃음거리로 만든 게 아니냐는 시청자 의견이 이어졌다.

시청자 김모씨는 먼저 친구 얘기를 소개했다. 친구는 학교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지나가던 여성이 자신을 가리키며 아들에게 “너도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친구가 그 말을 듣고 집에 가 아들 얼굴을 보는데 왠지 힘이 빠지더라고 했다”면서 “열심히 일하는 소시민을 놀림감으로 삼지 말고 수준 높은 사회 풍자 코미디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시청자 이모씨도 “지난 번 도굴꾼을 풍자한 것처럼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을 소재로 삼는 건 재미있게 봤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엔 점점 죄없는 사람을 인신공격해 웃기려는 것 같아 실망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사 중 쓰레기 태우다 부탄가스가 터져 머리를 심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하신 분이 들으면 심정이 어떻겠냐”며 “웃으려고 보는 개그 프로그램조차 일부 사람은 웃을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 자신을 소개한 박모씨도 “코너가 끝나고 아이가 ‘아빠도 학교가면 저렇게 하세요?’라고 물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면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는데 명품남녀의 대사 한 마디에 상처받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시청자 심모씨는 “명품남녀는 명품에 목숨 거는 졸부를 조롱하는 콘셉트의 코너인데, 죄없는 서민을 풍자하지 말고 진짜 졸부를 좀 풍자해 달라”고 썼다.

한편 시청자 김모씨는 “특정 직업을 비하한다기 보다는 목에 힘주고 너스레를 떨다가 갑자기 꼬리를 내리는 설정이 재미있었던 것”이라면서 “그렇게 따지면 남장여자는 성소수자를 비하한 거고, 사투리 써서 웃기면 지방사람을 비하하는 거냐”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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