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그룹 출신 솔로, 발라드로 승부수

선입견이다. 하지만 '아이돌 댄스 그룹은 가창력이 떨어진다'는 데 이견(異見)도 드물다. 가요계에 크리스ㆍ아유미ㆍ박정아ㆍ손호영 등 댄스그룹 출신 솔로 가수의 등장이 봇물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클릭B의 오종혁(23)과 베이비복스 출신의 간미연(24)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공통점은 발라드 가수로 홀로서기 했다는 점.

그룹 시절 오종혁과 간미연의 음색을 대부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의 감성적인 음색과 가창력은 새롭다. 댄스 가수 백지영의 '사랑 안 해'가 '터진' 이후 한동안 유행했던 발라드 가수 대열에 동참한 만큼 트렌드에 부합한 건 아닐까. 이들의 가창력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음악 팬들이 솔로 1집에 거는 기대는 얼마나 될까. 두 가수에 던져지는 몇 가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오종혁 "춤출 거란 뻔한 이미지 싫어"

오종혁은 가수 더 네임이 작곡한 발라드곡 '죽을 만큼'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댄스곡을 고려했다"는 그는 "대중은 당연히 춤추는 오종혁을 생각할 것"이라며 "너무 뻔한 이미지여서 장르의 변화를 꾀했다. 모험이기에 모든 걸 걸었다"고 말했다.

음반을 들은 후 "어~ 오종혁 목소리가 이랬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나 역시 내 목소리가 이랬나 싶어 계속 들어봤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대중은 발라드를 부른 오종혁의 음반에 큰 기대를 안 한다고 생각해요. 가창력에 큰 자신이 없어 녹음 과정에서 스스로 실망도 했죠. 타이틀곡 디렉터인 더 네임 형으로부터 노래할 때 나쁜 습관 등을 고치며 많은 걸 배웠어요. 그간 클릭B란 이름 속에서 편하게 지낸 절 발견했죠."

그는 홀로서기하며 느낀 많은 감정들을 쏟아냈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팬에 의존해요. 팬이 줄면 상심하고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죠. 우린 클릭B로 활동하며 정상에 선 적이 없어요. 톱 인기그룹이 아니었기에 밑바닥까지 가는 시간도 빨랐죠. 지금 우린 밑바닥까지 간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오종혁 1집의 프로듀서를 맡은 우연석을 비롯해 멤버들은 그에게 미안해 했다고 한다. "(김상혁 음주 교통사고, 전 소속사와 계약해지 등을 겪어) 클릭B 활동이 힘든 상황이어서 먼저 음반을 내게 됐다"는 그는 "멤버들이 '안 좋은 상황에서 짐을 지워준 것 같다'고 미안해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은 홀로 무대에 서는 게 낯설다. 조용히 서서 노래하려니 손 동작도 어색하다. 그는 "발라드 가수로 전향한 건 아니다"라며 "여러 장르를 시도해 최대한 많은 색깔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한편 1999년 7인조로 데뷔한 클릭B는 3.5집을 마친 후 2002년 세 명(하현곤, 유호석, 노민혁)이 빠졌고 4인조로 체제를 정비했다. 현재 오종혁ㆍ우연석ㆍ김상혁ㆍ김태형만이 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종혁은 "2월 입대한 하현곤, 방위산업체에 근무중인 노민혁, 가족과 이민 갔던 유호석과도 연락하고 있다"며 "원년 멤버 7명이 반드시 클릭B로 다시 뭉칠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종혁은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메가웍스 이사로 재직중이며 우연석은 타이탄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대표 명함을 팠고 오종혁은 이 회사 소속이다.

◇간미연 "댄스가 더 부담, 발라드 마니아"

"평소 발라드곡을 좋아했어요. 댄스가 더 부담이었죠. 노래방에서도 메번 발라드곡만 부르니까요."

간미연은 작곡가 방시혁의 발라드곡 '옛날 여자'를 타이틀로 정하며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지구력을 키워야 했다.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악플도 달리니까요. 하지만 그런 말엔 무심한 스타일이죠. 기대한다는 소수의 팬들이 있기에 힘을 냈어요. 제가 다른 가수의 노래에 위로받듯이 제 노래가 단 몇 명에게 마음의 위로가 된다면 전 성공한 셈입니다."

1997~2005년 베이비복스로 활동한 간미연에게 솔로 음반을 내는 과정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소속사가 베이비복스 1기를 해체하고 2기 베이비복스 탄생을 준비해 베이비복스란 이름으로 음반을 못 내게 되자 상처 입은 팬들의 글을 보며 눈물도 흘렸다. 또 혼자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지금도 홀로 노래할 때, 인터뷰할 때 부담이 된다.

그런 간미연에게 연예계 친목 모임으로 유명한 일명 '야채파'가 솔로 음반에 지원사격을 했다. '야채파'에는 간미연(애호박), 슈(당근), 유진(고구마), 소이(마늘), 박지윤(옥수수), 레나(오이), 심재희(감자) 등이 속해 있다. 이들은 '그 앤 너에게 반하지 않았어'란 곡을 함께 노래했다.

"평소 밥 먹고 차 마시고 속상할 땐 술도 한잔 하는 모임이에요. '너 솔로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고 늘 격려해줬죠. 이번 합동 작업을 계기로 언젠가 프로젝트 그룹으로 음반을 내기로 했습니다."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인 '동안클럽'에 출연하며 친해진 노홍철도 '키스'란 곡에 피처링 참여해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간미연은 솔로 활동 개시와 함께 중국ㆍ대만ㆍ태국 진출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1집에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끈 량징루(梁靜茹)의 '아이니부스량산톈'을 '하얀 눈이 내리면', 대만가수 차이이린(蔡依林)의 '애정삼십육계'를 '그게 다야?', 태국 가수 마이 차로가 부른 '록 항 쾀 펀엔푸라'를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로 리메이크했다. 현재 중국 음반사 성문문화전파유한공사, 태국 GMM그래미와 진출을 협의중이며 한류 1세대인 베이비복스 출신답게 연말부터 중국에서 연기자 및 가수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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