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세계평화축전’ 유감

1시간이 넘는 개막행사 패션쇼에서…팔-이 학생들은 어떤 감흥을 받았을까

“평화로 하나되는 세상을 위해 경기도가 세계평화축전을 개최합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관, 지난 21~24일 펼쳐진 세계평화축전(이하 평축)의 시작은 이랬다.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한 평축은 지난해 비해 예산과 기간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평화’를 테마로 한 이번 행사의 취지는 사뭇 다르지 않다. 지난 21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원에서 열린 개막식 식전·공식·식후행사는 평축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다.

무엇보다 ‘평화’란 추상적 개념을 축제화시킨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개막식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읽기는 어려웠다. 먼저 식전행사로 진행한 DMZ체험은 민통선 내 위치한 도라산전망대에서 북한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종교계, 외국인 사절단,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은 도라산전망대까지 아스팔트가 깔린 급경사를 오르며 체력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힘에 부친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군용짚차를 타야만 했다.

지난해 기부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생명촛불 파빌리온 점등식은 주요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1시간이 지나도록 개막행사를 차지한 앙드레김의 패션쇼다. ‘하얀평화의 날개’란 주제로 앙드레김이 연출한 패션쇼는 탤런트 이재황·박다안 등을 주요 모델로 22명이 화려한 의상을 무대에 선보였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남녀의 이별과 만남을 선보였고 패션쇼 후미는 부캐를 든 웨딩드레스 차림의 모델들이 장식했다.

쉽게 패션쇼를 감상하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평화는 화합이자 이해며 평등이다. 비록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일지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더불어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도가 내세운 모토 또한 이와 같다. 평축 조직위원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평축 홈페이지(www.peacef2006.org)를 통해 “미래의 통일세대인 젊은이들과 전쟁의 아픔을 가진 기성세대가 하나 되어 평축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세대들이 패션쇼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아직도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어떤 감흥을 받았을까.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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