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57).
그를 바라보는 국내 클래식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뒤메이가 그동안 무려 세 차례나 방한하겠다고 약속해놓고는 '펑크'를 냈기 때문.
1994년 KBS교향악단과 협연 때는 설사병, 2000년 부천필하모닉과 협연 때는 급성 기관지염, 2002년 LG아트센터 독주회 때는 급성 치주농양 수술을 이유로 내한 연주를 취소했다. 그것도 공연 직전에.
국내 음악 애호가들이 이솝우화의 '늑대와 소년'을 떠올리면서 "고의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순서.
2000년과 2002년 뒤메이의 공연을 기획했다가 무산돼 곤욕을 치렀던 LG아트센터가 올해 다시 뒤메이의 내한 공연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다음달 1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로 예정된 독주회.
뒤메이는 "한국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가겠다"고 말했다고 LG아트센터측이 전했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이전에 몇 차례의 공연이 무산돼 여러 가지로 피해가 컸지만, '세 번이나 연달아 공연을 취소한 것은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는 뒤메이측의 주장을 신뢰했기 때문에 다시 그의 내한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음악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사춘기 때 러시아 출신 명연주자 나탄 밀슈타인의 제자로 들어간 뒤메이는 1979년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초청으로 파리의 한 갈라콘서트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베를린필,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고, 세계 정상급 여류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호앙 피레스와 함께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 음반을 녹음했다.
"뒤메이의 음반을 처음 듣고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바이올린 소리에 충격을 받았다"는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씨는 "그의 연주는 프랑스 와인의 맛과 러시아의 강건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뒤메이는 10년을 기다린 국내팬들에게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33번 K.481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장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선사할 예정이다.
반주자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고야마 미치에.
3만-6만원. ☎02-2005-01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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