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수원 청명고 ‘희망의 콘서트’

장애·비장애 넘어 하나되는 무대

작지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 멋진 음악회였다.

지난 14일 수원시 영통구 청명고 복지관 강당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연주그룹 한빛예술단의 ‘희망으로’를 주제로 펼쳐진 희망콘서트는 비록 전문 연주단에 비해 세련된 연주실력은 아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감동의 무대였다.

연주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우리 모두 이웃으로 살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공연에는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청 관계자, 인근 학교 교장, 청명고 학생 및 학부모 등 500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수원에서 유일하게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답게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객석 앞자리에 함께 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됐다.

무대는 청명고의 수화동아리인 ‘사만사’의 남녀 학생 8명이 가요에 맞춰 수화로 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5명으로 구성된 한빛타악앙상블이 활기찬 몸동작으로 선보인 멋진 북공연에선 전문가의 몸놀림은 아니지만 열심히, 진지하게 공연을 펼쳤고 관객들도 이들이 펼치는 장단에 맞춰 흥겹게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지르는 등 이들의 연주에 흠뻑 취했다.

각종 장애인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하연씨가 보조자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 앞에 앉아 모차르트의 ‘소나타 K.331’를 연주하자 숨을 죽인 채 지켜본 관객들은 연주자의 손을 통해 퍼져 나가는 아름다운 선율에 심취했고 김씨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 인사할 때에는 열정적인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곡이 끝나면 앵콜을 외쳐주세요“란 사회자의 애교 섞인 주문(?)을 받은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씨의 연주는 전문 공연장이 아닌 강당인 때문인지 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전달되는 감동은 약했지만 관객들은 박수와 함께 앵콜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어 브라스앙상블이 이날 공연의 의미를 전달하려는듯 연주한 ‘My Way’는 이들의 작은 외침 같았다. 각자의 연주는 어눌하고 서툴렀지만 음이 한데 모이자 멋진 화음으로 다가왔다. 남녀 초등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한빛 빛소리중창단이 맑은 목소리로 부른 노래 ‘걸음소리’와 ‘날고 싶어요’ 등은 이들이야말로 세속에 전혀 때묻지 않은 천상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한빛브라스앙상블이 ‘사랑의 트위스트’, ‘궁따리 샤바라’를 연주할 때 한빛타악앙상블이 앤딩으로 펼친 북 합동공연. 5명의 타악기 드러머의 흥겹고 힘찬 장단에 맞춰 브라스앙상블이 연주할 때 관객들은 흥겨움에 겨워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들의 움직임과 함께 해 청명고의 강당은 감동의 물결로 가득했다.

비록 전문가다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장애를 딛고 음악으로 희망을 전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안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강당을 빠져나왔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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