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이나영과 공연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멜로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멜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건 흔치 않은 일. 그런데 강동원은 '폼나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강동원이 경남 창원 출신이기 때문.
고향 사투리인 까닭에 반겼을 법도, 편했을 법도 한데 강동원은 정반대였다. 일단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부터 반대했다.
"도망치는 것 같아 감독님께 안할 수 없느냐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난 사투리를 쓰는 게 더 나은데 네가 그렇다면 두 가지(사투리와 표준어) 다 준비해봐라'고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준비했는데 사투리가 더 윤수 역에 어울린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었죠."
그때부터 사투리 연습이 시작됐다. '본토' 발음이긴 하지만 한동안 사투리를 잊고 표준어를 쓰는 연습을 해와 대사로 읊자니 어색했다. 그래서 쓴 방법이 친구들에게 전화하기.
"미묘한 억양 차이가 있잖아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억양 차이가 확 느껴지는 발음으로) '웬일입니꺼~'가 맞냐, '웬~일입니꺼'가 맞느냐고 물어봤죠. 하도 전화하니까 나중엔 친구들한테 '니도 잘 알면서 와카노'라며 구박만 받았습니다."
강동원은 표준어로 쓰인 대사를 일일이 고치는 '각색'작업도 벌였다.
"사실 서울말 배울 때도 제겐 외국어나 다름없었어요. 고향말은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연기로 대사를 하려니 역시 쉽지 않더군요."
잘생긴 얼굴 탓에 송해성 감독으로부터 "앵글이 너무 잘 나왔으니 다시 찍자"는 구박(?)까지 받아야 했던 강동원. 사투리는 조금이라도 그의 외모의 허점을 보이려는 감독의 의도 아니었을까.
사형수 윤수와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한 유정의 사랑을 그리며 눈물을 쏙 빼놓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4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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