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로 변신한 노영심 “배우들 몰입하는 것 보면 악상 떠올라요”

영화 ‘미인’ ‘꽃섬’ ‘그녀를 믿지 마세요’ ‘아홉살 인생’의 공통점은 뭘까? 한국영화라는 것만 빼면 감독은 물론 장르나 소재까지 다른 이 영화들은 모두 작곡가 노영심이 음악을 만들었다. 햇살이 따가웠던 지난 7일 오후 신촌의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팽팽한 기타줄을 튕기듯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욕심이 많다. 전공인 피아노 연주에서부터 음반 제작,영화음악 작곡,책 출판,전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크로스오버 공연까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음악감독으로 제33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음악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운이 좋았다. 시청자들 반응이나 앨범 판매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 드라마 음악은 영화음악과 달리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라 쉽지 않았다. 또 OST 제작 등 상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신경 쓸 부분도 많더라.

-드라나마 영화음악은 일반 작곡과는 많이 다를텐데.

△배우가 예쁠 수록 피아노가 잘쳐진다(웃음). 외모나 의상이 화려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배우들이 정말 극에 열심히 몰입하는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찌릿찌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이번 작품에선 손예진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줘 음악 만들기가 수월했다. 손씨에게 선물한 CD에 ‘아름다운 연기와 장면에 음악을 넣을 수 있어 감사한다’고 쓰기도 했다.

-1994년 시작된 ‘이야기 피아노’ 시리즈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노영심을 각인시켰다.

△제 활동의 중심에 피아노를 놓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다. 곡에 대한 느낌이나 숨겨진 사연 같은 것을 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또 피아노의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궁리하다 생각해낸 연주회다. ‘이야기…’는 모차르트와 김민기,쇼팽과 길옥윤이 함께 차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하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취지다. 나와 피아노,관객이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는 꽤 아름다운 삼각관계 아닌가.

-어떤 관객들이 많이 찾나?

△20대도 찾고 30∼40대 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오신다. 제 공연은 어린이의 보호아래 어른들이 보는 공연인거 같다(웃음). 단순히 피아노만 치는게 하는게 아니라 연주되는 곡에 맞춰 스틸사진이나 애니메이션 등이 매치되니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담없이 즐긴다.

-10년 이상 공연하는 동안 변한게 있다면?

△공연의 완성은 관객의 몫이다. 처음 연주회를 시작 했을때는 사람들이 내가 언제 노래를 하나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해 보이는 것도 같았고…. 연주회에서 나만의 오롯한 느낌을 갖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야 연주 시장도 넓어지고 음악적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사실 대중들은 아직까지 가수나 사회자로서 노영심을 기억한다.

△늘 고민이 많다. 관객들은 물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조차 옛날 모습이 좋았다고 말하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작업들이 길을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방송을 하는 것은 내 자신을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내어주는 것인데 아직까지 거기서 나를 필요로 할지 모르겠다.

-피아노를 안치면 주로 뭘하나?

△영화을 보거나 서점이나 북카페도 자주 간다. 제3세계 영화를 좋아하는데 아직 할리우드 영화에는 익숙치 않다. ‘괴물’은 아직 안봤다. 사람들이 좀 빠지면 볼 생각이다. 최근 본 영화중엔 ‘천하장사 마돈나’가 재미 있었다. 다큐멘터리도 좋아하는데 오늘은 ‘사이에서’를 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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