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ㆍ혜주 자매가 말하는 '김수현 대본'

"김수현 선생님 대사가 입에 잘 붙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죠."

김수현 작가 특유의 대사가 빛을 발하는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대사가 입에 착 붙는 연기자가 있다면 하유미와 이승연이 아닐까.

6일 오후 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유미와 이승연은 "대사가 입에 잘 붙는 것 같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노력의 결과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유미는 인정 많으면서도 깐깐한 혜영을, 이승연은 속깊으면서도 냉정한 혜주를 연기하면서 김수현식 대사를 자연스레 소화해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승연은 '사랑과 야망' 이전에 '완전한 사랑'(SBS)에서 김수현 작가와 일한 적이 있지만 하유미는 이번이 처음.

"다른 작품 제치고 선생님 작품을 기다렸어요.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아 내가 외국어를 배우는구나'하고 달려드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제가 이제 데뷔 20년인데 새삼 '배우가 된다는 것이 참 힘든 거구나' 다시 생각해요."(하유미)

이승연에게도 김수현 작가의 대사는 여전히 쉽지 않다. 대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대본을 한번이라도 더 펴봐야 마음이 편해진다.

"혜주의 대사 분량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요. 그래도 유미 언니랑 머리를 맞대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죠.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머리에 커튼이라도 친 것처럼 멍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너무 괴롭죠. 이훈 씨가 '선생님은 O형도 A형으로 (소심하게) 바꾸는 분'이라고 농담한다니까요(웃음)."(이승연)

하유미와 이승연뿐만 아니라 연기자 모두가 대본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매주 꼬박꼬박 연기자가 모두 모여 작가와 대본 연습을 하는 '흔치 않은' 경험이 긴장의 끈을 팽팽히 당기기 때문.

"언제나 시간 지켜 오시는 선생님 앞에서 '늦어요', '못가요' 할 수 없죠. 요즘엔 자기 촬영만 딱 하고 가는 드라마가 많고 그런 게 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힘이 들어도 이렇게 대본 연습하는 게 낫죠."(하유미)

하유미에게 이번 드라마가 김수현 작가와 만나는 첫 인연이라 소중하다면 이승연에게는 '위안부 누드 파문'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잠시 떠나있다 돌아왔을 때는 낯설고 어색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드라마 촬영 현장에 적응해가며 마음을 추슬렀다.

"내적으로 많은 것을 가져다준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커요.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다고 할까요. 연기자로 조금은 깊어진 것 같은 혼자만의 생각을 해요(웃음)."(이승연)

61회까지 진행된 드라마에서 하유미와 이승연은 어느덧 오십대 중반이다. 남은 20회 동안은 점점 더 나이 들어보이는 차림새를 갖춰야 한다.

둘 다 60대를 넘어가는 연기는 처음. 여배우에게 편한 일이 아닐 텐데도 서로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 보일까를 고민한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보기 싫으실지도 몰라요. 노인 분장이 어색할 테니까요. 그래도 드라마에서 60살 넘어가고 할머니 되면 노인 연기 제대로 해보려고요. 처음이라 둘 다 기대하고 있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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