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리인 "아시아로 세계로 뻗을 거에요"

"외국 소녀가 한국에서 터를 닦아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인 가수 장리인(16)이 국내에 데뷔한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었다.

국내에서 해외 가수가 활동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국내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몇 년 간 트레이닝을 거친 뒤 데뷔한 경우는 드물다.

역시 중국 출신인 슈퍼주니어의 한경이 앞서 데뷔하긴 했지만 한국 출신인 다른 멤버와 섞이지 않고 오로지 혼자 실력으로 승부하는 건 장리인이 처음.

"제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더 주시하는 걸 알아요. 부담도 되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죠."

열여섯 살 어린 나이지만 SM엔터테인먼트가 장리인을 캐스팅한 사연을 알게 되면 이 소녀가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된다.

장리인은 '세계의 연예 마켓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이를 위해 한ㆍ중ㆍ일 경계를 넘나드는 '범아시아적'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으로 탄생한 가수 중 하나.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재목을 찾았고 장리인은 2003년 캐스팅됐다.

그는 이미 2001년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중국 전역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노래 대회에서 톱10 안에 들었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했고 그 소문은 베이징 음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SM엔터테인먼트 베이징 사무처는 장리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서울 본사의 캐스팅팀까지 베이징으로 건너가 진행한 오디션은 장리인의 인생을 바꿨다.

"H.O.T, 보아 같은 가수가 소속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건 꿈 같은 일이죠.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드디어 내 꿈을 이루게 됐구나'하고 생각했죠."

그러나 200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3년이 꿈같기만 할 리 만무하다. 어린 나이에 부모, 친구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은 둘째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괴로웠다고 한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 보여준 적도 많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한경 선배나 중국에서 온 다른 연습생들이 있으니 얼마다 다행인지…."

그럼에도 장리인의 한국어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한국어 교습도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장리인의 데뷔곡 '타임리스(Timeless)'의 음악 파일을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태국, 홍콩 등 아시아 5개국에 무료로 공개했다.

덕분에 벌써부터 이들 나라에 팬이 생겨 장리인의 공식 홈페이지(www.zhangliyin.com)를 찾고 있다. '아시아스타'를 목표로 하는 만큼 홈페이지도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장리인은 요즘 홈페이지에 올라온 팬들의 글을 읽느라 밤새는 줄도 모른다고. 특히 중국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힘이 된다.

"중국에 있는 팬들은 제가 데뷔하는 걸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세요. '같은 중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 '어서 성공해 중국에도 와라' '지켜볼 테니 열심히 해달라'라는 등의 글을 보면 힘이 솟아요."

데뷔 싱글에는 '타임리스'와 'Y' 등 R&B 장르 두 곡을 담았다. 두 노래 모두 나이답지 않게 호소력이 짙은 장리인의 장점을 잘 살렸다. 특히 '타임리스'에서는 그룹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듀엣으로 호흡을 맞췄다.

"첫 방송을 며칠 앞두고 있지만 떨지 않을 거예요. 제 목표는 한국, 중국은 물론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가수가 되는 거니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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