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교포 내세운 ‘열아홉 순정’… 시청률 순항에도 아쉬운 점 몇 가지

“일 없슴다. 신경쓰지 마쇼.”

KBS1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옌볜처녀 양국화가 거의 매일 손사래를 치면서 하는 대사다. 다소 생소한 느낌의 이런 재미에 시청자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20% 안팎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8월 들어 30%대로 올라선 상태. 최근 들어 양국화(구혜선)와 박윤후(서지석),박윤정(이윤지)과 홍우경(이민우) 두 커플의 애정전선이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것.

그러나 관심이 쏠리는 만큼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가장 많은 지적은 양국화라는 인물에 대한 사려깊지 못한 캐릭터 설정. 당초 국내 주요 드라마 중 처음으로 옌볜 교포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나 실제 묘사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특히 국화를 마음에 둔 윤후와 우경,두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모두 국화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내용은 이전 드라마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간 드라마들이 남녀의 신분차이를 교육수준과 가정형편,이혼 등 과거 전력으로 나누었다면 이 드라마는 ‘옌볜 교포’라는 출신 자체를 최대 걸림돌로 내세우고 있는 것. 윤후 어머니(윤여정)의 “어디 사람이 없어서” 등 대사는 ‘옌볜 교포는 중산층 이상 지위를 가진 한국인과 결혼하기에 부족하다’는 차별적 전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 나이가 열아홉에 불과한 국화가 건물 미화원이라는 당장의 직업에만 만족할 뿐 아무런 꿈도 장래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모습 등은 아무리 현실을 반영했다지만 옌볜 교포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홍영감(신구)과 그 아들 풍구(강석우)가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내용도 시청자들로부터 상식 밖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의 온선희 운영위원은 “이 드라마가 편견을 조장하고 상식을 흔드는 갈등구조와 대사를 자주 보여준다”면서 “결혼과 화해로 마무리하면 된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드라마는 소비성이 다분한 영화와 달리 전개 과정 자체가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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