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들은 극적 재미를 위해 갈수록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반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잘 만든 상품같은 영화들이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우리 삶을 한 토막 뚝 잘라 보여주는 듯한 생생함이다. 그 퍼덕퍼덕한 삶의 단면이 치명적 결말로 치달을 때 관객에게 전달되는 무겁고도 진한 감동. 그것은 영화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지만 최근 영화들은 이 매력을 거의 잊은 듯하다.
200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안드레이 즈비야진체브 감독의 ‘리턴’(The Return)이 9월 1일 개봉한다. 러시아 영화지만 어려우리라는 편견은 필요 없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어느 시대,어느 나라 관객이 보아도 공감할 소재를 다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비슷한 소재의 어떤 작품에도 묻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결말을 선사한다.
‘리턴’의 소재는 한 마디로 ‘아버지의 부재(不在)’다. 할머니,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던 두 소년 안드레이(가린 블라디미르)와 이반(보드론라보브 이반)은 12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오자 혼란을 느낀다.
그동안 뭘 했는지,어디 있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버지는 난데없이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소년들은 설레는 한편 사뭇 불편하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에게 잘보이려 쩔쩔매면서도 서서히 유대감을 찾아가지만 사진으로만 아버지를 기억해왔을 뿐인 이반은 아버지가 진짜인지 의심스러워하며 계속 반항적으로 행동한다.
영화의 흡인력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게 하는 흐름이다. 아버지와 두 아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그 여정이 화해를 위한 것인지 또다른 결말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다.
다만 영화 도입부에 12년만에 돌아온 아버지를 두 소년이 처음 보는 장면,침대에 누운 아버지를 발밑에서 찍은 신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빌리고 있다. 이는 클라이맥스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