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인과 교감
북소리와 노인의 힘찬 빗자루 놀림(?)에 이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태권도인을 상징하는 수묵화로 무대 전막을 장식하면서 태권도를 모티브로 한 창작 퍼포먼스 ‘더 문’이 서울 공연의 막을 올렸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내년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 트라이아웃-프리뷰-본 공연으로 제작하는 선진 공연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 무대에 올린 ‘더 문’은 지난 5월 수원 공연에 이어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프리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더 문’의 이번 서울 공연은 제작단계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제작돼 역동적이고 폭발적인 태권도의 힘과 서정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절묘하게 배합해 태권도의 절도있는 동작과 비트 있는 음악을 결합,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인과 교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태권도 물구나무서기 수련장면에 이어 노인이 태권도인을 상징하는 수묵화 퍼포먼스로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로 연 무대는 더 짧고 강렬하게 처리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대 미학을 선보였고, 4막 태권도 수련Ⅰ에서 달빛을 받으며 주인공을 중심으로 힘찬 수련이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몸짓에서부터 태권도의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다만 태권도를 수련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일치되지 않아 연습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젊은 무예꾼들이 자웅을 겨루며 뽐내는 장면을 흥겨우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처리한 북춤에 이어 유럽 등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태권도의 격파장면을 극에 도입한 7장 ‘씨름’에서의 수련장면은 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였다.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태권도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냈고 해외진출을 위한 퍼포먼스답게 배우들의 멋진 동작에 이어 박진감 넘치는 격파가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선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지난 5월 공연에서 호평받은 제 9막 수련Ⅱ ‘부채수련’은 더욱 다듬어져 절도가 있었고 강한 힘이 느껴졌다.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긴 청년의 수련장면과 여자를 구하기 위한 최후의 사투, 칼을 든 무리의 우두머리를 물리친 후 완성된 사랑의 장면에서는 극의 결말을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특히 모든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기존 배우들이 밋밋하게 인사하던 관행에서 탈피, 건장한 배우들이 태권도 품새를 통해 수련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해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세계 무대 진출을 목표로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인과 교감할 수 있도록 구성한 창작 퍼포먼스 ‘더 문’이 세계인에게 더욱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해선 몇가지 개선해야 할 점들도 눈에 띄었다.
태권도를 모티브로 한만큼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북을 위주로 한 빠르고 비트있는 음악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수련과 격파장면 등에선 태권도 품새의 정확성과 배우들의 일치된 움직임이 요구되며 수련장면과 검은 무리들과의 싸움 장면에선 약간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이 장면을 단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시놉시스를 읽어보지 않고 입장한 관객들이 극의 스토리 전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배우들의 몸놀림만 감상하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극 전개에서 배우들의 대사가 없는만큼 관객들에게 극의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빠른 극 전개와 함께 더 힘 있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표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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