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VS 영화] 예의없는 것들―아이스케키

세상에서 나는 예의있는 사람일까, 예의없는 사람일까. 아이스케키로 대표되는 60년대 말로 시대를 돌려 향수를 담아냈다.

△예의없는 것들

사람에 관해 가끔씩 듣는 말이 있다.‘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그리고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란 말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더구나 특정 기준에 의한 평가가 어찌 합당할 수 있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세상을 깨끗이하고 구원할 수 있는‘영웅’을 원하고, 누군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알 수 없는 묘한 흥미를 자극한다.

세상에 살고 있는 예의없는 것들을 어떻게 매너있게 골라서 처리한다?. 사람잡는 킬라의 고민이 깊어가는 대목이다.

혀 짧은 소리를 내며 한평생 XX하게 사느니 차라리 말없이 살기로 한 '킬라(신하균 분)'. 남들처럼 폼나게 살고 싶지만 짧은 혀로는 될 일도 안될 판. 킬라는 1억원만 있으면 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주특기인 칼질 실력을 돈을 긁어모으는데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문대로 작업을 해 나가던 중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도살자나 다름없다는 회의에 빠진 킬라.

그 때 동료이자 선배인‘발레(김민준)'로부터‘나름의 룰을 정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킬라는 고민 끝에‘이왕 죽이는 거 예의없는 것들만, 불필요한 쓰레기들만 골라서 깔끔하게 분리수거’하기로 마음먹고 도시의 쓰레기들을 하나둘씩 바쁘게 처리해 나간다. 삶의 비애를 씻기위해 찾던 술집에서 그녀(윤지혜)도 만나고, 킬라의 생활은 변화를 맞는다. 킬라와 발레는 재래시장 재개발건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놈을 의뢰받고 작업을 하다가 착오로 다른 놈을 처리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를 계기로 혀 수술을 받고 그녀와 함께 스페인으로 가서 투우사가 되고 싶은 킬라의 꿈은 도심 기생충 같은 놈들과 더불어 한바탕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게 된다.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세상의 법률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운‘예의’를 기준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그 이면을 그려낸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는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작품이다. 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으나 맑고 순박한 영혼을 가진 킬라가 시를 쓰고 버려진 아이를 거두는 모습이 그렇다.‘사람을 죽이는 가장 비도덕적인 일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청산한다’는 아이러니로 세상에 대해서 풍자를 얘기하려 한다.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내는 신하균의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박철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러닝타임 121분. 24일 개봉.

△아이스케키

코쟁이들이 오강단지 쓰고 달나라 가던 시절 1969년.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10살 소년 영래(박지빈 분)는 아버지가 없는 것 빼고는 꿀릴 게 없는 박치기 대장이다.

영래는 어느 날 우연히 엄마(신애라)의 친구이자 앙숙인 춘자 아줌마에게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서울 사는 남산대학생‘강성욱(이재룡 분)’이라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영래가 엄마 몰래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아이스케키 장사. 동네방네“아∼이스케키!” 를 외치며 돌아다녀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하루하루 씩씩하게 케키 장사를 하는 영래.

그러던 중 엄마에게 이 사실을 덜컥 들켜버리고 엄마는 아들의 장사를 죽기살기로 말리고 나선다. 영래는 공장 사장의 강요에 서울까지 밀수 심부름을 가게 된 인백이(진구) 아저씨에게 아버지를 찾아봐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후, 드디어 멀리서 인백이 아저씨가 타고 있는 기차가 보이기 시작하고 영래의 심장은 기대감으로 콩닥콩닥 뛴다. 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영화는‘아빠 찾아 삼만리’를 외치는 소년의 간절함을 강조한 가족영화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기댈 수 있는 아버지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인지라 퇴색한 기차역, 삼륜자동차 등 수십년 전에 사라진 소품과 전시물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머금는 아이들이다. 그 시대를 전혀 모르는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능청스럽다. 최고의 아역배우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지빈의 똘망똘망한 눈동자 연기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1시35분짜리 장편영화로 끈적끈적한 가족 이야기를 끌어가는 다소 투박한 잔잔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한손엔 아버지의 손을, 한손엔 아이스케키를 들고 빨고싶은 영래의 부푼 꿈은 과연 이뤄지게 될까. 여인광 감독이 연출했다.

러닝타임 95분.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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