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내성적이라 연기하는 게 더 재밌죠”

“저 원래는 엉뚱한 사람 아니에요.”

배우 신하균(32)과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내심 걱정이 됐다. 평소 말이 없고 대답을 짧게 하기로 유명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날,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예상대로 말이 적었다. 대답도 지극히 짧고 평범했다. 그러나 어려운 자리가 되리라는 생각은 괜한 편견이었다. 신하균은 그저 자신을 매끄럽게 포장하기를 어색해 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었고 영화 포스터에서 자주 봐온 그 특유의 밝은 웃음은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줬다.

24일 개봉되는 영화 ‘예의없는 것들’(감독 박철희·제작 튜브픽쳐스)에서 신하균은 혀가 짧아 아예 말을 안하고 사는 직업 킬러 ‘킬라’ 역을 맡았다. ‘킬러들의 수다’(2001)에 이어 두 번째인 킬러 직업(?),‘복수는 나의 것’(2002)의 말없는 연기,‘지구를 지켜라’(2003)에서의 엉뚱함과 ‘웰컴 투 동막골’(2005)의 천진함 등 그동안의 이미지들이 한 영화 안에 모인 격이다.

“제 영화들에 낯선 형식,독특한 캐릭터가 많았죠. 일부러 그런 영화만 고르지는 않지만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를 연기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과장됐을 뿐 따지고보면 현실에 없는 인물들은 아니거든요.”

실제로 ‘킬라’와 어느 정도 비슷한 성격인지를 물었다. “아이고,제가 그런 엉뚱한 사람이라면 방에 틀어박혀 있든지 탈바가지 마주보면서 놀고 있지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나요? 관객들은 작품 속 캐릭터와 배우를 동일시 하지만 저는 그저 작품이 요구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기술을 가진 배우일 뿐이에요.”

그러나 그는 그 인물들의 몇 % 정도는 신하균 자신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인물에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만일 친한 영화감독이 공감이 안가는 인물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해온다면?”이라고 물어보자 “나를 잘 아는 감독이라면 그런 역할은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작품 선택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답이었다.

‘예의없는 것들’은 말없는 킬라와 그의 생각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의 엇박자가 계속해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한편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인물들이 그려진다. 신하균은 ‘바라는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 농담을 던져보자’는 감독의 말에 출연을 결심했다면서도 “막상 나는 원하던 연기를 지금 하고 있으니 바라는대로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연기가 왜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학창시절 유일한 오락거리가 영화보는 것이었고 연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연기를 전공하게 된 뒤로는 그저 열심히 누구에게라도 배우는 게 좋았어요. 특히 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무대에서 나를 강하게 표현하고,관객들이 받아들여주는 데 대한 희열이 컸죠. 그 때나 지금이나 연기에 대한 생각은 같아요.”

그에게 있어 ‘예의 없는 것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글쎄요. 영화관에서 전화받는 사람들? 최소한 진동으로는 해주셔야죠.” 재치있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뻔한 질문에도 꾸며낼 줄 모르는 모습이 배우 신하균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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