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 축소를 한·미 FTA와 상관 없이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비공개 정부자료인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2005년 9월)’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연구용역 보고서 ‘한·미 FTA 관련 시청각서비스분야 개방의 영향 분석(2005년 9월)’을 분석한 결과 스크린쿼터에 대한 정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21일 주장했다.
심 의원은 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요구대로 스크린쿼터를 연간 상영일수의 20%로 줄이면 영화산업 매출액은 최대 1277억원 줄고 고용은 2439명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타났다”면서 “특히 영화 투자부문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스크린쿼터 축소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던 정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분석한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와 ‘시청각 서비스분야 개방 영향 분석’ 등의 내용은 스크린쿼터 축소 그 자체만으로는 국가적 이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두 보고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라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스크린쿼터 본연의 경제적 기능과는 별개”라면서 “스크린쿼터를 통해 한국 영화시장이 확대되면 스크린쿼터 폐지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순수 경제 논리로 보면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말”이라면서 “그런데도 이를 폐지하는 건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두 보고서는 또 스크린쿼터 축소가 미국측의 강력한 요구로 이루어졌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은 영어권 시장을 포함, 세계 시청각 산업(1조 2982억 달러)의 50%를 차지하는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의 절대 강자”라며 “한국 진출의 잠재적 걸림돌을 완전히 제거하고 향후 중국 등 잠재력 있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스크린쿼터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 멕시코는 1997년 스크린쿼터를 30%에서 10%로 축소하면서 자국영화 제작편수가 연간 100여 편에서 10여 편으로 급감했고 ▲ 대만도 1997년 스크린쿼터 완화 뒤 자국 영화 제작편수가 70∼80편에서 20여 편으로 감소했다는 외국 사례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스크린쿼터 축소·폐지로 영화산업이 무너지면 나중에 스크린쿼터를 재조정하거나 지원정책을 강구해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영화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오는 걸 알면서도 한·미FTA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를 강행한 정부는 영화인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1998년 한덕수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에 안주한 결과 한국영화는 시장점유율 15%를 기록하고 있는 등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호막을 걷어야 한다”고 말했고, 올 초에도 권태신 재경부 차관도 “스크린쿼터 제도는 영화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과 관계없이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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