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괴물' 관계자에 진심으로 사죄"

"관객과 영화 '괴물'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했던 김기덕 감독이 3일 만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김 감독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괴물'과 관련,최근 자신이 했던 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 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7일 열린 '시간'의 시사회 때 "오늘이 내 제삿날 같은 느낌", "더 이상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 "'시간'이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내 영화" 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비애를 다소 거칠게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밝혔다.

"제 말 뜻의 진심이야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저 자신은 많은 반성과 어리석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한편 그는 '괴물'과 관련한 사과에 이어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역시 다소 극단적인 의견을 내놓아 논란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 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고 비관적인 생각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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