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본 뒤 한강을 보니 감격스럽네요"

"서울에 온 소감이요? 한강을 봐서 감격했습니다. 영화 '괴물'을 봤기 때문입니다(웃음)."

'유레루'의 니시카와 미와(32)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괴물' 이후 한강을 다르게 보는 것은 꼭 한국인만이 아닌 듯하다.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뒤 두번째로 18일 내한한 니시카와 감독은 '유레루'의 인기에 몹시 놀라워했다. 물론 그가 본 '괴물'과 비교하면 '인기'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전국 5개관에서 상영 중인 일본 인디 영화라는 점에서 볼 때 '유레루'는 순항 중이다. 10일 개봉한 이 영화는 18일 현재 1만8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참고로 수입사의 관객 목표치는 3만명이다).

니시카와 감독은 "한국에서 내 영화가 5개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1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레루'는 형제 간에 흐르는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한 영화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티켓팅 파워'를 가진 일본인 배우 오다기리 조가 주연을 맡았다. 한 여자의 죽음으로 인해 드러나는, 서로를 향한 질투와 이기심, 분노 등의 복잡한 감정을 니시카와 감독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묘사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보여주며, 스릴러와 드라마 사이를 오간다.

그는 이 영화의 모티브를 꿈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꿈에서는 친구가 살인을 했는데 제가 유일한 목격자였습니다. 저는 친구를 감싸려고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인자 친구를 갖게 된 제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지요. 꿈에서 깬 후 실망스럽기도 하고, 제 안의 다른 모습을 본 듯했습니다. 평소에는 깨닫지 못한 자기 안의 어둠,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다시 새겨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했습니다."

그는 이어 "'유레루'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전하려 하기보다는 인간이라는 것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유레루'의 인기는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조의 이름값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진지함과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배우 같다는 점 때문에 오다기리 조를 캐스팅했다"는 니시카와 감독은 "직접 같이 일해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무서우리만큼 감이 뛰어난 배우다. 그렇다고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할에 대한 자기 해석을 열심히 한다. 그 해석의 수준이 매우 높고 깊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에서 니시카와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이었다. 두 사람은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괴물'과 '유레루'가 나란히 초청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가 일본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괴물'을 일찌감치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 그러나 봉 감독이 현재 해외 영화제 참석차 국내에 없어 둘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한강을 봐서 감격했다"는 그는 "'괴물'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칸에서 봤는데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영화와 배우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했다.

"한국 영화는 꽤 봅니다. 얼마 전 '주먹이 운다'를 봤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저와 연배가 비슷한 감독(류승완)이 이런 작품을 만든 것에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너무 많습니다. 송강호 씨는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설경구 씨를 보면 일본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니시카와 감독은 2002년 가정 붕괴를 시니컬하게 그린 블랙코미디 '뱀딸기'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영화로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각본상을 비롯, 일본 내 많은 영화상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유레루'는 4년 만의 두번째 장편.

그는 "'유레루'를 만들면서 '내 안에 쌓인 것을 모두 담아내자', '이게 마지막 영화라 생각하고 만들자'고 생각해 현재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며 "요즘 들어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드리는 작업이 끝나는 시점까지가 영화 만들기란 생각을 한다. 이 영화를 세상에 내보내는 작업을 일단 완료한 시점에서 다음 작품을 무에서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시카와 감독은 상암CGV와 씨네큐브, 명동CQN에서 사인회를 마련한 후 19일 오후 출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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