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연예인이 있다. '하하'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몸을 내던지는 열정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이 해낸다.
가수 '비'가 연기자로서는 본명 정지훈으로, '에릭'이 문정혁으로 차별화해 활동하듯 '하하'도 하동훈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주연 영화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 제작 시네마제니스)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하는 인기가 없어 '비호감'으로 난도질당해 몇 년 동안 '백수'의 설움을 겪다 이를 악문 오기로 재기하기까지의 과정을 거부감 없이 털어놓아 공감을 사기도 했다. 2000년 '지키리'라는 힙합그룹으로 1집을 냈을 당시 단 두 번 무대에 오른 후 소리없이 사라지고 난 후의 세월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 그래서 그는 방송도, 영화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행복해한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입니다. 그래도 전 죽지 않았죠. 좌절은 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하동훈이, 하하가 출연했으니 당연히 웃기겠지 하고 팔짱 끼고 보는 게 아니라 한번 보고 (영화배우로서) 기회를 주셨으면 해요."
"내 길을 확실하게 정한 지금 무척 행복하다"고 말하는 하동훈은 "방황했던 시절이 나를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깡'도 생기게 한 소중한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터득한 것. "최고가 되기보다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유명한 사람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이었다.
그는 18살 아들과 같은 나이의 육체로 빙의한 아버지를 연기했다. 몸은 10대지만 마음은 40대이며, 아들의 눈에는 친구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형식상 친구인 아들을 바라봐야 하는 결코 간단치 않은 연기를 해내야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단 하루도 마음 편했던 날이 없었습니다. 해내야 하는데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40대 후반의 연기가 시트콤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잖아요. 너무 빨리 큰 배역이 찾아온 게 아닌가 싶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당시의 스트레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겠다'고 욕심을 냈던 건 아버지와 아들이 엮어가는 감동 때문이었다.
"한국 남자들은 아버지랑 친해질 수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부쩍 커버리죠. 그런데 아버지와 친해지기도 전에 아버지가 너무 작아져 있고, 어느 순간부터 아들이 아버지를 안고 가야 합니다. 어색하고 미안하고 불쌍한 느낌, 그런 거 있잖아요. 원탁은 심지어 아버지를 싫어하기까지 해요. 사춘기 시절 아버지는 교도소에 들어갔고, 아버지의 정을 느끼기도 전에 아버지는 죽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아버지의 진짜 사랑을 느끼면서 환장하는 거죠."
그는 "나 역시 방황기에 끝까지 날 믿어준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랑 같이 극장에 들어가 어깨동무를 하고 나오거나 아니면 서로 겸연쩍어 멀리 떨어져 나오거나, 그럴 것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 "아직 무소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것을 더 잘할지, 어떤 것에 집중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가늘고 길게 살 것"이라며 웃음 속에 내비친 각오는 결코 빈말이 아닌 듯하다.
"무엇을 해도 변신은 아닙니다. 군대도 갔다와야 하니 당장의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원탁의 천사'가 저 때문에 좋은 영화 망쳤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 생각뿐입니다."
연기자로서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잘생긴 애들은 결코 못하는 것. 웃기는 것, 재미있는 것을 하는데 명분 있고, 감동 있게 보이는 것. 절묘한 시점에 맛소금 착 뿌리고 사라지는 것. 젊은 나이에 터득한 인생관이 어떻게 드러나보일지 궁금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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