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목소리 제가 냈어요”… 다시 연극무대 서는 배우 오달수

10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영화 ‘괴물’에는 배우 오달수도 출연했다. 잠깐! “어디서 나왔더라?”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한번도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대신 그는 괴물의 기괴한 목소리를 연기했다.

‘괴물’에서는 목소리만 나오지만 그는 대학로 출신으로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조연 배우 가운데 한 명. ‘올드보이’의 사설감옥 간수부터 ‘친절한 금자씨’의 제빵사,‘음란서생’의 황가 등 잘나가는 영화에서 늘 약방의 감초로 등장한다.

“그동안 개봉한 것만 12편 정도 했나? 그러고보니 꽤 많긴 많네요. 개봉 대기작도 2∼3편 되는데….”

그가 연극 ‘몽타주 엘리베이터’ 이후 1년 반여의 외출을 접고 고향인 연극무대로 돌아온다. 9월 6일∼10월 1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임차인’(작·연출 윤영선)에 출연하는 것. 4개의 단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오달수는 택시기사 역과 사람으로 환생한 개 역을 동시에 맡았다.

“엄청난 대사량에 비해 연습량이 부족해서 걱정이에요. 배우가 작품 속에서 찾아야할 몫을 다 찾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대학로 출신으로 대스타가 된 최민식,송강호 선배에게 연극하자고 하면 두렵다면서 ‘너는 내 마음 모를거다’ 했는데,이젠 좀 알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속에서 그는 독특한 외모와 사투리 섞인 툭툭 치는 말투로 웃음을 주지만 실제로는 진지하고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다시 재미있고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에서 똥 먹는 강간범,‘남자충동’의 비굴한 깡패 등은 그 만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그런 탓에 비열하지만 순박한 건달이나 악당의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아닌지. 특히 영화에서 그의 연기나 이미지는 다소 스테레오타입화된 경향이 있다. “안 그래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제가 배우인데 왜 변신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도 비슷비슷한 역할을 할 때마다 속상한데,좀처럼 변신을 허락하지 않네요.”

나중에 이런 틀을 깨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고 걱정하는 그는 이번 무대가 자신만의 장기를 살리면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어서 좋단다. “삶의 토막 안에 누군가의 비애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나는 연극”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상하게 연극만 하면 영화할 때보다 더 스트레스 받고 이곳저곳 결린다”는 말로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영화는 물론 CF까지 종횡무진한 터라 돈 많이 벌었겠다고 은근슬쩍 찔러보니 정색을 한다. “이제 겨우 빚 다 갚았어요. 돈 욕심 안내고 그냥 만족하며 살려고 해요. 연극은 배우를 통해 영혼을 담는다고 하잖아요. 너무 욕심내면 제가 망가질 것 같아요.”

연극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이끄는 대표이기도 하다. “연극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함께 판을 벌여보자는 뜻에서 극단을 만들었어요. 단원이 35명쯤 되는데,저는 가끔 회식이나 시켜주는 정도지요.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연극동지인 이해제의 신작 ‘코끼리와 나’에는 출연할 예정입니다.”

다시 영화 ‘괴물’로 돌아와서 요즘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는 개런티를 얼마 받았을까. “겨울 3일간 작업했는데,한 만큼 받는 거죠. 봉준호 감독이랑 친분이 있어서 출연한 거예요.” 주변의 귀띔에 따르면 500만원이란다(02-744-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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