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괴물'만 있는 건 아니에요

'괴물'이 스크린을 집어삼키며 관객 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8월 극장가에는 '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볕 더위와 함께 8월 극장가에서도 한국영화들의 한판 뜨거운 전쟁이 펼쳐진다. '한반도'와 '괴물'의 눈치를 봤던 충무로가 여름 방학의 끝자락을 잡고 준비했던 작품들을 봇물 터진 듯 선보인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입맛대로 골라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도한 개봉편수로 인해 영화들끼리의 불필요한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12편 개봉

'플라이 대디'와 '스승의 은혜'가 3일 개봉한데 이어 10일에는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과 '스캔들'의 이재용 감독이 만든 '다세포 소녀'가 관객을 맞는다.

17일에는 순정멜로 '사랑하니까 괜찮아'와 공포영화 '신데렐라'가, 24일에는 신애라의 스크린 데뷔작 '아이스케키'와 신하균 주연의 '예의없는 것들', 김기덕 감독의 '시간'과 그룹 신화의 이민우 주연의 '원탁의 천사'가 개봉한다.

마지막 31일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뚱보소년의 이야기인 '천하장사 마돈나'와 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인 '해변의 여인'이 바통을 잇는다.

◇학생ㆍ가족 관객 공략

8월에 개봉하는 작품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방학, 휴가 공략이다. '한반도', '괴물'만 아니었더라면 좀 더 일찍 개봉했을 이들 작품들은 대부분 학생과 가족 관객을 노린다.

대표적으로 '플라이 대디'와 '사랑하니까 괜찮아', '다세포 소녀' 같은 영화들이 10대 관객을 집중 공략한다. 이들 작품은 아예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고등학생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각설탕'이나 '아이스케키', '원탁의 천사' 등의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표방한다. 가족애, 부성애, 인간과 동물의 교감 등을 진하게 그리며 가족의 극장 바캉스를 유도한다.

실제로 멀티플렉스들에 따르면 "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가족 단위 관객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낮과 밤의 구분이 없다"고 밝혀 이들 영화들의 시의성을 부각시킨다.

◇다양성? 승자 없는 싸움?

이들 영화들은 개봉을 앞두고 현재 불꽃 튀는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그 때문에 사방팔방에서 각종 홍보물과 포스터 등을 접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중 어떤 영화가 특별히 도드라진다고 말할 수 없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입맛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영화 입장에서는 승자 없는 출혈 경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한 주 간격으로 두세 편의 영화가 개봉하다 보니 어느 한편 극장에서 우위를 점령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 대부분 고만고만한 '크기'인데다, 캐스팅이나 콘셉트 등에서 확실하게 비교 우위에 선 작품이 없는 것도 어떤 작품이 8월의 승자가 될 지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한반도'에 이어 '괴물'이 500~600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한동안 숨 죽어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활발한 개봉은 분명 반겨야 할 일일 듯.

다만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충무로가 스스로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개봉과 제작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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