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한국 영화계의 우울증을 치유할 것인가.
27일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의 '괴물'(제작 청어람)이 99%를 웃도는 인터넷 예매 점유율과 사상 유례 없는 620개의 스크린 수 등 '괴력'을 과시하며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이 같은 '괴물'의 행보가 '왕의 남자' 이후 6개월여 동안 우울증에 빠진 한국 영화계의 시름을 단번에 걷어내길 바라고 있는데, 그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현재로는 굉장히 높다. 물론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쓸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웰메이드 한국형 블록버스터 탄생이 안겨줄 축제 분위기가 더욱 기대된다.
◇경이적인 개봉 스크린 수
일단 25일 발표된 개봉 스크린 수 620개는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수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스크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영화상영관 수는 301개, 스크린 수는 1천648개다. 이중 '괴물'이 40% 가까운 스크린을 점령한다는 것. 전쟁터로 변한 여름 극장가에서 이 같은 수치는 경이적이다. 이는 역대 최다인 '태풍'의 540개도 가볍게 넘어서는 것.
게다가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극장의 요구를 다 따랐다면 700개 스크린도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쇼박스는 필름 프린트 비용을 고려한 효용성을 따져 일단 개봉 규모를 620개로 조정했으나, 개봉 후 반응 여부에 따라 670개까지 스크린을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괴물'의 개봉 규모가 단순히 메이저 배급사의 힘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개봉 규모로 '괴물'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개봉 첫 주 200만 관객을 내다보고 있다.
◇99.3%의 예매율, 시사회 기립박수
개봉을 앞둔 일반 시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무료인 데다 영화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관객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시사회 반응만으로 영화의 흥행을 점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럼에도 '괴물'은 심상치 않다. 기립박수가 나오고 있다.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적으로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사회의 풍경은 상당히 독특하다. 관객 스스로 "'괴물'이 영화 관람문화를 바꿨다"고 평할 정도로 대부분의 관객이 상영이 끝난 후에도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괴물'은 오랜 제작기간과 공들인 테크놀로지 때문에 종료자막의 제작진 명단이 유난히 긴데, 그것을 다 지켜보고 있다가 기립박수를 친 것. 어떤 찬사보다 손에 잡히는 관객의 반응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예매로 이어져, 인터파크에서는 99.3%라는 놀라운 예매 점유율을 보였고 다른 예매 사이트에서도 91~99%대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영화 예매율이 99%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개봉 3주 전부터 전국 100여 개 극장 및 예매 사이트에서 진행한 예매 이벤트는 시작하자마자 30분 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미 바다를 건너간 흥행에 대한 기대감
이것뿐만 아니다. '괴물'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해탄을 건너갔다. 일본에서 9월2일 2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것. 일본 배급사 해피넷 픽처스는 2005년 3월 시놉시스만 보고 470만 달러에 '괴물'을 샀는데, 개봉을 앞두고 무척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우들은 국내 개봉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살인적인' 프로모션 일정에 돌입한다.
일본뿐 아니다. 5월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호평을 받은 '괴물'은 올 하반기에 미국 개봉도 예정돼 있다. 현재 '괴물'의 해외 판매고는 700만 달러. 그러나 국내와 일본 개봉 성적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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