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는 하겠습니다. 단 얼굴도,건물도,사무실도 촬영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2월말 국가정보원에 취재요청을 했던 아이앤티 디지털 안진모 PD는 이같은 회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송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 없었다. 협조 허가를 얻어내기까지 수난의 연속이었다. 국정원측과 10차례 넘게 만나면서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 카메라 반입이 안되기 때문에 회의도 면회실에서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첫 촬영이 시작됐지만 안 PD는 첫날부터 프로그램 포기를 고민해야 했다. 국정원 홍보팀에게서 취재원으로 소개받은 정보요원들의 냉대 아닌 냉대 때문. 보안이 생명인 정보요원과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는 제작진 사이에서는 촬영기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불확실한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요원들을 취재하면서 생긴 신체적 고단함은 차라리 즐거운 고통이었다. 편집 과정에서도 국정원과 실랑이는 계속됐다. 요원들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화면마다 얼굴 모자이크는 물론 음성변조 작업도 필요했다. 국정원의 검토 결과 보안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편집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 ‘KBS1 수요기획-최초공개,국가정보원’편이 26일 밤 11시 40분 전파를 탄다. 제작진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바이오 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정원 산업보안팀 5명을 3개월간 밀착취재했다. 카메라는 정보요원의 삶이 어떤지,그들의 24시간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한 요원의 경우 결혼직전까지 아내에게 직업을 알리지 못했고,미혼 여성요원은 친구들이 출판사 직원으로 알고 있다는 사연도 소개된다.
정보입수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일과 007영화처럼 특수 장비를 사용해 범인을 추적하는 장면도 방송된다. 이와함께 최고의 정보요원을 길러내는 국정원 정보대학원의 전문화 교육과 마약제조법,사교춤,기억술 등 특수훈련과정도 소개된다. 6개월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정보요원들과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는 안 PD는 그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은어도 잘 안쓸 정도로 굉장히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열정이 있는 순진한 애국자란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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