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만대 감독, "에로나 공포나 소리 지르는 건 같아"

엄마(도지원 분)가 딸(신세경)의 얼굴을 메스로 긋고 있는 섬뜩한 포스터의 공포영화 '신데렐라'. 보다 무서우면서도 색다른 공포를 원하는 공포 마니아들에게는 성형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올 듯 하다. 그런데 영화계에서 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와 좀 다르다. 바로 감독 때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봉만대(36) 감독이 꽤 오랜 시간 에로 전문 감독으로 활동해온 전력은 이 영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시한다. 에로 비디오 연출을 전공으로 하던 그는 2003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마침내 장편 상업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 영화 역시 직설적인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은 농도 짙은 멜로영화로 그의 색이 유지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공포영화를 찍은 것. 그렇다고 '야한' 공포영화는 아니다. 성형 수술 후 기이한 환상에 시달리다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성형외과 의사인 엄마와 그 엄마가 끔찍하게 사랑하는 딸이 자리하고 있다. 정통 공포영화인 셈.

19일 오후 명동 펑키하우스에서 열린 '신데렐라'의 제작 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동화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만 얻고 나머지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영화를 찍었을까.

"원래 공포영화를 즐겨보지도 않고 공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내가 잘 하는 것은 공포영화 보다도 더 늦은 시간에 하는 영화"라며 웃은 그는 "하지만 어차피 공포라는 것이 어떤 실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 사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공포가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에로나 공포나 인간의 행동 범위 안에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다가가는 것 역시 같고요. 단적으로 소리 지르는 것 역시 같잖아요? 다만 그 영역대가 좀 다를 뿐이죠.(웃음)"

평소에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는 봉 감독은 그러나 "연출자로서는 촬영장에서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나 찾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촬영하면서도 공포를 전혀 못 느꼈죠. 하지만 촬영 마치고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무섭더라고요. 그럴 때면 빨리 동이 트기를 바랄 뿐이죠"라고 말했다.

한편 봉 감독은 주연을 맡은 도지원에 대해 "역시 내공이 있는 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도지원은 이 영화를 통해 영화 첫 주연을 맡은 동시에 연기자로서의 의미 있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극중 그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자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저 역시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살아왔고 그 때문에 삶 자체가 공포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지원 씨를 처음 봤을 때 역시 '여인천하'에서의 '뭬야'라는 대사가 먼저 떠올랐을 정도로 편견이 있었죠. 그런데 30㎝의 거리를 두고 30분간 이야기를 하고 나니 다른 면이 보이더라고요. 바로 함께 작업하기로 했죠."

도지원은 "내가 가진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봉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것이 분명히 상승한 것을 느꼈다. 극중 내 연기가 이 만큼 나온 것은 모두 봉 감독님 덕분"이라며 봉 감독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신데렐라'는 8월17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