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룸 제작팀 “봉준호의 <괴물> 기대해도 좋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킹콩> 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물체를 모델링해 아카데미 특수시각효과상을 세차례 제패한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팀이 한국을 찾았다. 13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마련한 스페셜 이벤트 ‘반지의 제왕 제작팀 초청 워크숍 및 전시회’(13∼23일)를 위한 첫 방한이다.

13일 오후 4시 경기도 부천 GS백화점 판타스틱홀에서는 골룸 킹콩 등을 직접 만든 리차드 테일러, 빌 헌트, 롭 길리스와 이장호 Pifan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숍 개막식이 열렸다.

이장호 집행위원장은 “인구가 400만명밖에 안되는 뉴질랜드가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미래를 위해 배워야 할 것을 뉴질랜드에서 보고 있다. 판타스틱한 크리처는 글로벌 시대에 인종,국가의 구분과 상관없이 필요한 요소다. 한국영화도 점차 크리처에 관한 기술적,예술적 부분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다. 많이 배우고 즐겨달라”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웨타 워크숍은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 에 등장하는 ‘괴물’을 모델링한 업체이기도 하다. 한국의 <괴물> 팀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물었다.

리처드 테일러 대표는 “ <괴물> 에 전반적으로 더 참여하고 싶었는데 <킹콩> <나니아 연대기> <조로> 등의 작업이 겹쳐 괴물의 디자인 부분, 준비 작업의 기술적인 면에 도움을 줬다”며 “괴물을 만든 프로듀서와 봉준호 감독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직 개봉 전이라고 들었는데 한국 관객들이 많이 기대해도 좋겠다”고 답했다. 기술 스태프인 빌 헌트도 “장희철 디자이너가 보낸 트레일러를 봤다. 정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크리처 제작 기술을 전수하는 워크숍을 열게 된 이유는 뭘까.

리처드 테일러는 “미국은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작은 나라들이 서로 뭉쳐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 가운데 현재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 한국과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면서 “뉴질랜드는 뉴질랜드다운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한국은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뉴질랜드는 늘 외국의 지원을 받아 일을 해왔다. 우리 자본을 가지고 우리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한국에는 실력있는 감독이 많다. 공조를 통해, 뉴질랜드와 한국이 하나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붓의 작은 깃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기술을 전수해 줄까. 기술 스태프인 롭 길리스는 “우리 세명 외에 한명이 더 강의를 위해 도착할 것이다. 수강생들에게 기술적인 설명 보다는 실제로 보고 만들면서 잊을 수 없는 영감을 주고 싶다. 우리가 만든 많은 크리처도 직접 보게 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리처드 테일러 대표가 밝힌 웨타 워크숍의 성공 비결. “뉴질랜드의 민족적 신념은 ‘할 수 있다’이다. 우리는 이제껏 누구도 하지 않은 혁신적인 것을 개발하려 노력했고, 그래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반지의 제왕> 크리처 제작에 1편당 12억달러를 들였고, 30억달러를 벌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격인 크리처 제작의 기술과 영감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14∼16일을 제외한 기간에는 Pifan을 찾는 일반인도 골룸 등 스크린 속 크리처를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