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부는 긴축바람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제작편수를 줄이는가 하면 거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제작에 훨씬 신중해지는 등 긴축 재정을 펴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최근 제작사들이 톱스타들이 출연하기로 확정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잇따라 보류하고 있으며 특히 제작비가 1억 달러가 넘어가는 대형 영화들의 경우 엎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할리우드리포터와 버라이어티 등 할리우드 업계 전문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메이저 스튜디오의 하나인 디즈니사가 1년에 제작하는 편수를 총 18편에서 8-10편으로 대폭 줄이는 등 감축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스튜디오들이 갈수록 거대 예산을 영화에 쏟아붓는 일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면서 예전같으면 톱스타나 감독들의 출연 및 연출이 확정된 영화의 경우 거의 100% 제작이 이루어지는 등 확실한 청신호가 켜지는 보증수표로 통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

예를 들어 짐 캐리 주연에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던 파라마운트의 영화 '믿거나 말거나'의 제작이 1년 보류됐으며, 유니버설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기로 한 '아메리칸 갱스터'의 제작을 워싱턴에게 영화가 제작되든 안되든 지급하기로 계약한 출연료 2천만 달러를 선뜻 지급하고 영화의 제작 자체는 취소했다.

'믿거나 말거나'의 제작이 늦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시나리오 수정을 둘러싼 이견이지만 결국엔 스튜디오의 영화제작방침이 신중 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이 1년 보류된 것은 제작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믿거나 말거나'와 '아메리칸 갱스터' 두 영화는 모두 제작예산이 1억 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유니버설의 경우 제작했다가 실패하느니 차라리 워싱턴에게 2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피해보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LA타임스는 이 같은 예를 들면서 스튜디오의 경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튜디오들이 마지막 순간에 예산을 깎거나 1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영화의 경우에는 흥행에서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여러 가지 확신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가 이같이 조심스러워진 배경에는 또한 마케팅 비용의 상승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편수의 영화가 개봉해 극장에서 과당경쟁을 펼치다 보니 서로 목소리 크게 영화를 선전해야 하고, 그래서 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팅비용이 엄청나게 들게 됐다. 할리우드리포터는 과거 스튜디오들은 타자가 타석에 많이 들어설수록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정신으로 제작에 임했다면 이제는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것.

할리우드의 제작편수가 많이 늘어난 데는 월스트리트를 포함해 개인기업들이 영화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돈이 넘쳐나게 된 것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첫 주에 히트를 하지 않으면 금방 극장에서 사라지는 등 배급의 문제도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할리우드에 오히려 너무 많은 돈이 유입되면서 할리우드가 제 발등을 찍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극장개봉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지고 '포세이돈'처럼 2억 달러 가까이 들이고도 흥행에서 참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스튜디오들이 긴축 경영을 하게 된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디즈니영화사의 긴축 재정이 다른 스튜디오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MGM 등도 블록버스터 위주의 제작에서 벗어나 프로덕션 체제를 재정비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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