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니 액션,스릴러,공포 등 특정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들이 대세다. 장르를 단정짓긴 어려워도 연기나 스토리가 매력적인 영화들도 많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별로 힘을 못받는다. 그런 면에서 14일 개봉되는 ‘키핑 멈’은 계절을 잘못 택한 듯하다.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스토리의 재미,의외성이라는 장점을 두루 갖췄음에도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할 만큼 극장들의 외면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영국의 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성공회 신부 가정을 그린다. 신부 월터는 모범적이지만 지나치게 고지식해 신자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가정에도 소홀하다. 아내 글로리아는 그런 남편에게 실망해 방황하는 중이고,10대 딸은 남자친구와의 애정행각에만 열을 올리며,어린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이렇게 엉망이던 가정은 어느날 할머니 가정부 그레이스가 나타나면서 전환기를 맞는다. 그레이스의 충고로 월터는 설교에 유머를 가미하고,딸은 요리에 흥미를 보이며,아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레이스는 글로리아의 고민 해결에는 한층 적극적이다. 밤잠을 설치게하는 옆집 개와 심술궂은 개 주인,노골적으로 유혹해오던 골프 강사 등이 차례로 없애버리는 것. 어찌보면 섬뜩할 내용을 영화는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게 풀어간다. 그레이스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은 뭉클하기도.
기존 이미지를 벗은 배우들의 호연도 눈에 띈다. 로완 애킨슨(월터)은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코미디 배우지만 여기서는 시종 진지하다. 다만 영화 속에서 ‘꽃미남’ ‘균형잡힌 몸매’ 등으로 묘사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에서 매력을 발산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그레이스)는 신경질적인 시골 주부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레이스 역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깐깐한 맥고나걸 교수로 출연했던 매기 스미스가 맡아 귀여운 면모를 보인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낯익은 인물은 골프 강사 역의 패트릭 스웨이지. 전성기 못지 않은 몸매를 과시하지만 느글느글한 변태로 분한 모습이 서글픈 느낌마저 든다. 15세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