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 목마른 세상이여∼그가 돌아왔다…‘슈퍼맨 리턴즈’

슈퍼맨이 다시 돌아오고보니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들은 평소 과학기술과 정치력을 자랑하지만 그 통제력을 잃고 재앙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자신을 구해줄 절대적인 힘 또한 원한다는 사실을. 28일 개봉하는 ‘슈퍼맨 리턴즈’는 든든한 영웅에 목말라하던 사람들,특히 9·11 테러 이후 의기소침해진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영화다. 영화가 슈퍼맨을 ‘구원자’(Savior)로 칭하며 기독교의 메시아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듯 하다.

‘슈퍼맨 리턴즈’는 관객들이 1970∼1980년대 슈퍼맨 영화와 이후 TV시리즈 등을 통해 그의 신상을 잘 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데일리플래닛 신문사의 클라크 켄트 기자로 일하며 몰래 정의를 실현해오던 슈퍼맨은 말도 없이 5년간 자리를 비웠다가 나타난다. 과학자들이 그의 고향 행성 크립톤을 발견했다는 말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떠났던 것.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돌아와보니 연인이자 동료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에겐 약혼자와 다섯 살 난 아들이 생겼고 ‘세상은 더 이상 슈퍼맨을 원하지 않는가?’라는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을 만큼 ‘안티 슈퍼맨’이 돼 있다. 또 세상은 각종 범죄와 테러로 들끓는 중이다. 그러나 슈퍼맨이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자 모든 혼란은 하나씩 예전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최대 관건은 크리스토퍼 리브를 잊게할만한 새 주인공 캐스팅에 있었다. 제작진은 “관객에게 하늘을 난다는 사실을 믿게 하려면 기성 배우는 안된다”는 원칙 아래 대대적인 오디션으로 무명 TV 배우 브랜든 루스를 발탁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으면서도 마음을 얻지 못하는 소심남(클라크)과 사랑하는 연인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완벽남(슈퍼맨)의 두 가지 고민을 표현한 부분들은 여성 관객들에게 점수를 얻을만하다. 다만 풍선처럼 부풀린 근율질 몸매는 시대착오적이다.

‘엑스맨’ 1,2편에서 화려한 액션 못지 않게 유머감각을 뽐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러닝타임 154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빈틈없는 오락성을 선보인다.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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