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위하여… ‘2% 부족’
‘연주가 끝나고도 끊이지 않는 박수와 환호, 보답하듯 펼쳐진 세 번의 앵콜….’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김홍기·이하 프라임필)가 경기문화재단(이하 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피아니스트 김대진 초청-러시아 음악의 밤’을 압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정상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과 협연했다는 사실 외에도 관객을 흡입시키는 듯한 연주와 정갈하게 진행된 지휘는 객석을 매료시키기 충분했었다.
프라임필이 같은 형식으로 지난달 12일 오후 7시30분 제49회 정기연주회이자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을 열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어래드주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콜레지움의 수석지휘자인 크리스찬 슐츠(Christian Schulz)가 지휘봉을 잡았으며 한국종합예술학교 음악원장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역시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인 비올리스트 오순화, 그리고 프라임필의 수석인 클라리네스트 홍수연이 협연자로 나섰다.
프로그램은 타이틀이 암시하듯 모차르트의 것들로 가득찼다. 오페라 ‘후궁으로의 도주’ 서곡을 비롯해 ‘클라리넷 협주곡’(가장조),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내림 마장조), ‘교향곡 제41번(다장조) 주피터’ 등이 울려 퍼졌다.
절대적으로 본다면 평소 프라임필의 내공이 무난히 발휘됐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울리는 박수와 환호는 이미 이승을 떠난 모차르트를 위로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바이올리니스트 중 ‘최고’란 찬사를 듣는 김남윤과 실력파 비올리스트 오순화가 한 무대에서 주고 받은 교감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Andante), 그리고 때론 매우 빠르게(Presto) 감성을 자극했다. 또 모차르트 교향곡 중 비교적 어렵다고 알려진 ‘주피터’도 큰 오점 없이 연주됐다. 전반적으로 프라임필이 지닌 연주 실력은 가감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다소 달랐다. 더욱 엄격히 표현하자면 프라임필이 지닌 역량,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실망감이 묻어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프라임필은 소위 ‘잘 나가는’ 국내 몇 안되는 민간 오케스트라다. 연간 수십여 억원씩 투자되는 관변 오케스트라와 달리 자생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여러 곳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또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객석은 늘 비어있다’는 말처럼 관객을 모으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여 회의, 결코 만만치 않은 무대에 서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레 주변으로 부터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6년 여 전부터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 둥지를 트게 됐다. 군포문예회관과의 계약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조건’으로 상주하게 된 것이다. 또 프라임필의 명칭 앞에 ‘군포’란 지명을 다는 조건으로 시에서는 지원금을 타고 있다. 올해는 13번의 군포시 관내 공연을 조건으로 3억여 원이 지급된다. 게다가 연간 100여 회의 무대 중 20여 회 가량을 제외하고는 ‘개런티’란 수익을 올린다. 물론 이는 민간 단체로서 ‘능력’의 부분이기 때문에 이 자체만 놓고 왈가왈부 할 순 없다. 이 밖에 프라임필은 재단이나 여러 기관단체로부터 지원제도를 활용해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결국 프라임필은 분명, 관변 오케스트라에 비하면 열악하지만 프로로서 경쟁력을 형성하고 있다. 커다란 막힘 없이 발전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려 온 그 ‘혜택’들을 떠올리면 지금의 프라임필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눈치다. 일례로 발레단과의 동행을 빼놓고 ‘프라임필’이란 네임을 통해 제대로 된 해외공연 한 번 나가 본 적 없다. ‘해외공연이 뭐 대수냐’하는 식의 변도 있겠지만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 자체가 서양에서 유입된 것임을 감안하면 스스로의 견문을 넓힘과 동시에 국내 뿐 아닌 해외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미 고려됐어야 했다. 프라임필이기 때문이다.
프라임필의 이 같은 정체(停滯)성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도 간간히 노출됐다. 그간 보여 왔던 프라임필의 이미지와 크게 상반되진 않았지만 클라리넷과 호른, 비올라 등 지난해와 다른 수석단원 구성의 파트 부분은 조금 불안정했다.
내년이면 프라임필이 창단된지 만으로 딱 10년을 맞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프라임필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 민간 오케스트라의 모델로, 이상을 현실화 시키는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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