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무용단, 도문화의전당 26·27일 ‘달은 지고~’ 공연
화공이 화선지 위에 인생의 발자취를 자연 속에 그려 나가며 시작된다. 매·란·국·죽 사군자에 모티브를 뒀으며 윤회하는 세월을 따라 희망과 성장, 결실, 꿈, 낭만 등으로 옮겨진다.
경기도립무용단(예술감독 조흥동)이 26~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제25회 정기공연이자 창작 초연작인 ‘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를 무대에 올린다.
도립무용단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이 흘러넘치는 무용이 될 것”이라며 “사군자를 오늘의 이미지로 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시도는 국내 처음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존과는 달리 피아노, 바이올린 등 관현악을 접목시켜 자유로운 움직임과 하모니를 이루는 점도 주목된다. 의상부분은 개량한복과 전통의상 등을 벗어버리고 목선과 어깨선이 시원스럽게 드러난 실루엣이 강조된다. 여기에 영상미도 가미된다.
구성은 7가지 옴니버스 형식을 띠는데, 엄동설한과 만물이 얼어붙은 동토 등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나약한 미물의 생명처럼 애처로우면서도 매서운 자태를 뽐내는 ‘매’를 비롯해 사군자들이 하나씩 형상화된다. 새로운 봄에 웃어 보며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함을 상징하는 ‘란’의 청순한 줄기 잎 속에서 소박하고 가식 없는 진실의 원리가 나타난다. 온갖 꽃들이 저마다 다퉈 자태를 뽐 낼 때 ‘국’은 말없이 침묵하며 유난히 홀로 향기를 뽐내고, 한해가 지나감이 무상하다 깨닫고 정직하게 곧아 끝내 굽힐 줄 모르는 ‘죽’은 희망의 푸르른 기개를 간직한다.
화공은 다 담지 못한 여백을 쳐다 보며 아쉬움의 인생무상을 노래한다. 삶도 미완성, 예술도 미완성이니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열정을 버리자고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이 시간 또한 흘러가는 법.
조흥동 예술감독은 “그동안 경기도립무용단이 보여왔던 레퍼토리와는 사뭇 다른, 아마도 관객들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전통의 가치가 단순한 보전에 있지 않고 발전에 있는만큼 그 과정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의(031)230-3440~2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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