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다빈치 코드.프랑수아 오종 감독 ‘5×2’.구타유발자들

● 다빈치 코드

맥풀린 전개… “원작만 못하네”

긴장이 확 풀린다. 영화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

‘다빈치 코드’는 그저 흥행을 목표로 한 상업영화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다빈치 코드’는 개봉일 첫 상영시간에도 관객들이 극장의 절반 가까이 들어찰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서 공개됐다. 배급사인 소니픽쳐스가 도대체 왜 시사회도 열지 않은 채 개봉했는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원작의 종교·문화적 충격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가 공개된 지금, 원작의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 불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다. 물론 책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영화 내용 자체가 스릴 있는 주제로 다가 오겠지만 댄 브라운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독자라면 그저 사건을 따라 가기에 급급하며 심지어 원작의 주장마저 훼손하는 영화를 보며 실망을 금치 못할 것.

원작에서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해 후손을 뒀고 성배(聖杯)란 마리아를 뜻한다는 주장을 예시하기 위해 펼쳐 졌던 방대한 예술작품들을 영상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을 기대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최후의 만찬’의 클로즈업 장면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충분한 인문학·문예학적 설명이 뒤따랐던 소설과 달리 아무 의미 없이 카메라는 바쁜 발걸음으로 쓱 한번 훑고 지나갈 뿐이다.

기본 설정조차도 다르게 내놓았다. 물론 어느 소설이든 원작 그대로 영화화되진 않지만 종교계 압박과 일반인의 지대한 관심이 힘에 겨웠는지 소설 ‘다빈치 코드’의 파격적인 주장은 예수가 마리아와 결혼해 후손을 뒀다는 설정 이외에는 드러 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됐다.

소피와 할아버지인 시온 수도회 수장 자크 소니에르 갈등에 핵심적인 내용이었던 성교를 상징하는 비밀 제의에 대한 의미는 단 두컷으로 처리된 채 오히려 부모 존재를 찾지 못하게 하는 인간적 수준의 할아버지와 손녀 갈등으로 묘사됐다. 소니에르가 소피의 친할아버지였던 원작과 달리 소니에르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이 그저 예수 후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온수도회 수장으로만 설정됐다. 그러니 봉인된 크립텍스 암호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상세하게 묘사됐던 할아버지와 손녀의 애틋한 관계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교황청 눈치를 봤다는 점은 오푸스데이의 아링가로사 주교가 왜 스승이란 낯선 존재와 결탁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교황청 부분을 단 한장면으로 묘사한 것에 그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두번째 크립텍스 암호인 ‘A포프에 의해 묻힌 기사’를 풀기 위해 도서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며 긴장된 순간을 맞았던 소설 속 장면은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를 빌려 모바일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순식간에 재기발랄하게 풀어내 버려 허탈함까지 느끼게 한다. 댄 브라운은 왜 이토록 기능 좋은 모바일 서비스를 몰랐던 걸까. 더욱이 치명적인 허탈함은 마지막 장면. 마리아의 관이 놓인 곳으로 설정된 루브르 박물관 땅속까지 들여다 보며 관을 보여준다. 관객들의 상상이 펼쳐질 시간을 주지 않고 결론내리길 좋아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무자비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톰 행크스는 적절하게 전형적인 미국인과 천재적인 교수를 소화해냈고 티빙 경 역에 이안 매컬린, 파슈 국장 역 장 르노, 사일러스 역 폴 베타니 등 배우들이 무난하게 연기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으며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일러스조차도 영화에선 존재감이 훨씬 덜해 배우들이 영적인 느낌을 표현할 시간은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사일러스가 육체적 고행을 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

● 프랑수아 오종 감독 ‘5×2’

戀人의 결별로 시작 사랑의 기억 되감기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서로 뜨겁게 사랑했던 커플도 종종 남남이 되곤 한다. 이들은 모두 노랫말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걸까. 프랑스 천재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5×2’는 한 커플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르 담고 있다. 헤어지는 순간에서 시작해 만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역순으로 진행되는 특이한 구조를 갖춘 이 영화는 왜 이들이 헤어졌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한 커플의 사랑을 차가우면서도 로맨틱한 시선으로 바라볼뿐이다.

영화는 질(스테판 프레이즈 분)과 마리옹(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 〃)이 이혼서류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뛰어 넘으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질과 마리옹의 기억을 되새긴다. 마치 다섯편의 단편영화를 보듯 각 에피소드에는 두사람이 느꼈던 환희와 분노, 배신감과 열정, 설렘과 자기연민 등의 감정들이 표현된다. 마지막은 질과 마리옹이 어느 해변에서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걸어 들어가는 사랑의 시작 장면이다.

이혼이란 결과를 알고 보는 관객들은 이들의 첫 만남이 그래서 더욱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만남에서 시작해 헤어짐에서 끝났다면 단순한 멜로영화와 다름 없겠지만 이야기가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다섯 개 에피소드들은 서스펜스물과 같은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마리옹 역의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오종 감독은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 구타유발자들

오해가 오해를 낳는 ‘폭력의 악순환’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은 코믹 잔혹극을 표방하는 영화다. 웃음과 함께 잔혹한 폭력을 통해 공포심을 자아낸다. 소재는 낯선 상황에서 오해와 우연이 빚어 내는 사건. 원신연 감독은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지난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 수상작으로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 등이 특징.

바람기가 다분한 성악과 교수 영선(이병준 분)은 우연히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제자 인정(차예련 〃)을 만난다. 이들은 영선이 새로 뽑은 하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호젓한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선다. 그러나 악질 교통경찰 문재(한석규 〃)에게 신호 위반으로 걸리면서 곱지 않은 말이 오가게 되고 급기야 영선은 문재에게 욕을 하며 문재를 피해 예상하지 않았던 시골길로 접어 들게 된다. 한적한 강가에 차를 세운 영선이 엉큼한 속내를 드러 내자 놀란 인정은 벤츠에서 탈출해 숲으로 도망간다. 홀로 서울로 가려던 영선은 강가 모래밭에 승용차 바퀴가 빠져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데 이때 동네 양아치 홍배(정경호 〃)와 원룡(신현탁 〃), 야구방망이로 돼지를 잡는데는 도가 텄다는 오근(오달수 〃) 등이 나타난다.

한편 길을 헤매던 인정은 우연히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친절하고 순박한 시골 청년 봉연(이문식 〃)을 만나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 탄다. 그러나 봉연이 도착한 곳은 터미널이 아닌 영선·홍배·원룡·오근이 있는 강가. 강가에선 오근이 야구방망이로 잡아 육질이 쫀득쫀득하다는 일명 떡삽겹살파티가 벌어지고 영선과 인정은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영선과 인정은 초면이 것처럼 행세를 하고 인정은 터미널까지 태워 주겠다는 봉연에게 영선의 벤츠를 타고 가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이때 홍배와 원룡이 타고 온 오토바이에 실려 있던 자루 하나가 떨어진 뒤 그안에 있던 고교생 현재(김시후 〃)가 밖으로 끌려 나온다.

영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5시간동안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들은 주요 인물들이 모이는 강가에서 촬영됐다. 한 공간에서 촬영돼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감독은 사실성을 높이려고 조명 대신 자연광을 이용했다. 장점은 결말부분의 극적 반전과 강렬한 메시지.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은 하나하나 쌓아올린 벽돌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결말이 도출되기까지 과정이 다소 먼 감이 있다. 웃음보다 더 강하게 다가 오는 과도한 폭력들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즐거움을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순박한 얼굴로 폭력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이문식의 열연이 눈에 띈다. 한석규·오달수·이병준·차예련·김시후 등 출연배우들은 각각의 존재감으로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오는 3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

“저마다 슬픔, 사랑으로 보듬는 건강한 새 가족의 탄생 이야기”

영화 ‘가족의 탄생’(제작 블루스톰)을 본 뒤 첫 느낌은 “생경한데 참 재미있네”였다. “세상에 저런 가족도 있을까?”란 생각이 들만큼 영화 속 가족구성원 면면은 독특하다. 남동생이 집을 나간 뒤 남동생의 늙은 동거녀와 그녀의 전 남편의 전 부인 딸(복잡하기도 하다)과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노처녀 미라(문소리 분),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을 키우는 선경(공효진 〃) 등 극중 캐릭터들은 독특한 가족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은 작품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37).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로 관심을 모았으나 돌연 호주로 영화 공부를 떠났고 귀국해선 연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애감정은 꼭 이성간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 친구간 등에서도 발생하는 질투나 시기 등도 일종의 연애감정이라고 볼 수 있죠. 유사 연애감정이라고 정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는 대부분 이런 유사 연애감정인 것 같아요. 저는 이를 묶어 ‘가족’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

그의 이런 생각은 극중 연인같은 남매인 형철(엄태웅 〃)과 미라 사이에 형철의 나이 많은 동거녀 무신(고두심 〃)이 등장하면서 빚어지는 미묘한 갈등과 사랑 밖에 모르는 엄마 매자(김혜옥 〃)를 사이에 두고 딸 선경(공효진 〃)과 매자의 내연남이 벌이는 신경전 등에 잘 녹아 있다. 김 감독은 “극중 캐릭터가 익살스러워 보이지만 모두 소심하고 슬픔을 담고 있는 캐릭터들”이라며 “사랑한다는 말을 ‘너 나한테 왜 이러는데? 도대체 왜 그래?’로 표현하고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통해 가족이란 일반적인 규정에서 퉁겨져 나온 사람들도 건강한 가족을 꾸리며 살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탄생’은 대안(代案)가족을 다룬 영화처럼 보인다. 김 감독은 “대안가족을 의식하긴 했지만 의도하진 않았다”며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면서 사랑스런 캐릭터를 보고 나왔다고 생각하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선 문소리·고두심·엄태웅·공효진·봉태규·정유미 등 각 세대별로 연기를 인정받는 배우들이 참여했다. 그는 “대다수 캐릭터들을 배우를 의식하고 창조했는데 모두들 흔쾌히 영화에 출연해줘 고마울 따름”이라며 “모두들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려 줬다”고 말했다. “평소 사랑얘기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차기작에서도 사랑 얘기를 다룰 예정이다. “둘만의 사랑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밑바닥까지 가는 사랑의 깊이를 파헤쳐 볼 생각이죠.”/연합뉴스

{img5,l,000}● 철없는 선생 그린 학교코미디 ‘생, 날선생’

영화 ‘댄서의 순정’ 등을 통해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인 박건형이 거의 원톱으로 유머를 자청하고 나섰다. 대대손손 교직에 몸 담았던 할아버지 우주인(정욱)은 만날 놀고 먹기만 하는 손자 우주호(박건형)를 학교 선생으로 보낸다. 카드 정지, 현찰 압수라는 초강수가 동원된 끝에 주호는 무릎을 꿇는다. 그에게 학교생활의 걸림돌이라면 여교사 윤소주(김효진)다. 이 당찬 여교사 앞에 주호의 운명이 위태롭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