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끝까지’ 본 보람을 느끼게 하는, 짜릿한 반전이 숨어있는 영화가 찾아온다.
양동근 김성수 윤지민 주연의 ‘모노폴리’. ‘느린’ 호흡으로 치밀한 심리전을 그린 것이나, 양동근의 게이 연기, 치명적인 유혹녀 팜파 파탈뿐 아니라 치명적인 유혹남 옴므 파탈이 등장하는 것 등이 독특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게 매력적이다.
고비만 넘기면 끝내주게 재미있다?
문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영화는 극의 중반부에서 관객들을 긴장시키지 못하고 늘어진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에 하산을 결심하는 관객들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양동근표 연기, 김성수와 윤지민의 매력 감상만으로 버티기에는 힘이 딸린다.
17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의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양동근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 김성수, 윤지민, 이향배 감독이 무대인사 및 기자간담회를 함께 했다.
추측은 금물, 반전을 기대하라!
이향배 감독은 “대학 졸업한 지 20년이 다 돼 가는데, 그동안 실제로 영화는 만들지 않고 머릿속으로 만들었던 모든 가상의 영화에 등장했던 아이디어가 응축된 작품이다. 그 중에서 표절의 시비가 붙을 만한 것만 빼고 다 넣었다. 히치콕 감독의 ‘덜 피곤한 영화’처럼 반전을 중시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반전에 관한 스포일러(사전 노출)는 두렵지 않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지켜보는 영화다. 그러나 스포일러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성수는 베드신, 양동근은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OK”
슈퍼 엘리트 모델 출신으로 ‘한국의 샤론 스톤’이라 불리며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윤지민. 신인배우로서 함께 한 두 선배 배우에 대해 묻자 “김성수 선배는 영화에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베드신을 찍을 때 많은 도움을 줬다. 양동근씨의 경우엔 에너지가 많은 배우여서 같이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답했다.
김성수는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연기한 존이 저렇게까지 나쁜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옴므 파탈로서 어필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모노폴리 게임, 액션 피규어 등 키덜트 문화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영화 관객을 20대 초반으로 상정하고 시나리오를 기획적으로 썼다. 어떻게 하면 젊은 층과 호흡할까를 고민하다가 동네에서 액션 피규어샵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영화에 나오는 피규어 중에 ‘은하철도 999’의 메텔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목을 ‘모노폴리’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에 보드게임 모노폴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독점’이라는 뜻의 모노폴리와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한다’는 영화 내용과도 맞아떨어져 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천재 양동근 양처럼 방목”
참석하지 않은 양동근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도 오갔다. 김성수는 “시나리오가 쉽지는 않았지만 매력적이었고 양동근이 상대역이라고 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양동근을 만나 출연해 줄 것을 설득했다. 양동근은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답을 하겠다고 했고, 웃으며 다시 만났다”면서 “배우와 많은 얘기를 하면서 영화를 찍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양동근은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스타일이더라. 양을 방목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솔직히 말해 천재성이 엿보이는 배우였고, 내가 연출을 잘했다기 보다는 연기를 잘해줬다”고 극찬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같은 반전을 오랜만에 맛보고 싶다면, 6월이 시작되는 첫 날 극장가를 노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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