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보다 이문식·오달수가 스타?…구타유발자들 첫 선

대중적 영화보다는 독특한 영화, 소수의 취향을 존중한 ‘컬트 무비’를 좋아한다면 6월 극장가에서 ‘구타유발자’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

15일 오후 4시 서울극장에서 열린 ‘구타유발자들’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는 시작부터 심상찮았다.

영화를 보면 삼겹살이 먹고 싶어진다?

시사회에 앞서 무대에 오른 원신연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삼겹살이 먹고 싶어졌으면 좋겠다. 삼겹살을 먹으며 우리 영화를 화제에 올려 침 튀기며 토론해달라”는 말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과연 영화를 보고 나면 삼겹살이 먹고 싶어질까. 그러나 당분간은 삼겹살을 멀리 하고 싶어질 듯하다. 영화 속에서 삽겹살은 위협의 매개체이고 구토증을 불러온다.

한석규보다 이문식·오달수가 스타?

보통의 시사회와 다른 상황은 또 이어졌다. 스타배우 한석규보다 그 뒤에 무대인사를 한 이문식과 오달수가 참석자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흡사 이문식과 오달수가 더욱 빛나는 별인양. 이문식에게 쏟아지는 우렁찬 박수에는 웃음을 보내며 박수를 보태던 한석규는 오달수가 환호를 받자 ‘나는 뭐였냐’는 식으로 두 손을 벌려 어깨를 들썩해 보였다.

이에 오달수가 “다시 하시겠답니다”라고 말하자 한석규는 처음하는 것처럼 “안녕하십니까, 한석?隻求蔑굡箚? 다시 인사를 했고 관객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흔히 냉랭한 분위기로 일관되는 기자시사회가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나의 첫 영화 ‘닥터봉’이 서울극장에서 개봉됐다. 당시 떨리는 마음으로 2층에서 영화를 보던 때가 불현듯 생각난다. 그 때 손님 많이 들었다(웃음)”고 가볍게 말을 시작한 한석규는 “‘넘버3’ 이후 가장 독특한 소재, 독특한 주제,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많은 분들이 따뜻한 애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이나 배우나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 사실 낳기만 하면 관객들이 길러주신다. 어떤 영화는 잉태하는데 3개월이 걸리고 어떤 것은 반년이 걸린다. 정말 모두 자식을 낳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한석규·이문식에 대한 편견은 버려!

배우 이문식과 한석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구타유발자들’을 통해 두 배우에 대한 기존의 긍정적 이미지는 말끔히 사라진다. 이에 대해 한석규는 물론 이문식도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악역이라고 해서 꺼릴 것도 없고 앞으로도 계속 다른 이미지이 역할들을 시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달수가 “한 편의 연극을 봤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마치 연극 같다. 장소 이동도 거의 없고 다리 밑 모래사장을 주 무대로 해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 하나의 주제와 하나의 사건, 그 해결을 향해 치달아가는 극적인 이야기 전개, 배우들의 선굵은 연기에 의존한 ‘구타유발자들’을 보노라면 연극 객석에 앉아 부조리극을 한 편 관람하는 느낌이다.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

‘구타유발자들’에는 주연, 조연이 없다. 모두가 주연처럼 극중 인물 그 자체가 돼 혼신의 연기를 다해서만이 아니다. 모두 극의 전개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들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구타를 유발하며’ 먹이그물처럼 얽혀 있다.

한석규,이문식,오달수는 말할 것도 없고 느끼한 교수 역할을 너무나 느끼하고 ‘재수없게’ 연기한 이병준, 빨간머리 정경호와 원룡 역의 신현탁이 만들어내는 한국판 ‘덤 앤 더머’ 연기까지 모두 박수받을 만하다.

“시나리오 보고 비주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찍고 보니 주류같다. 잘 될거라는 예감이 든다”는 정경호의 말이 현실이 될지는 오는 31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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