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를 일으키며 불붙은 심지가 타들어가고 ‘따라라∼따라라∼따다’ 하는 음악이 들려오면 관객들은 생각한다. “이번엔 어떤 불가능한 임무가 펼쳐질까?”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이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사실 이번 영화는 시작 전부터 ‘불가능한 임무’를 띠고 있었는지 모른다. 1,2편을 본 관객들은 특수요원들의 완벽한 팀플레이,상상을 뛰어넘는 첨단 장비,반전을 감춘 시나리오,여기에 톰 크루즈의 대역없는 액션과 멋진 미소까지 더욱 짜릿한 재미를 기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를 만족시키려 나서는 자체가 무모한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간다. TV에서 인기 스파이 시리즈를 만들어온 신예 감독 J.J.마이어스가 연출한 이번 영화는 2편이 할리우드와 홍콩 액션을 버무린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다소 엇나갔던 것에 비하면 훨씬 ‘미션 임파서블’답다.
전편에도 나왔던 컴퓨터 전문가 루더(빙 레임스) 외에 새로 투입된 젠(매기Q)과 데클란(조나단 뤼스 마이어스)이 이단(톰 크루즈)과 새 팀을 이룬다. 매기Q는 최근 네티즌 사이에 ‘내 이름은 김삼순’의 스타 대니얼 헤니의 연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던 홍콩 배우여서 반갑다. 다만 두 요원에게 별다른 전공과 개성이 부여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액션이다. 베를린,바티칸,LA,상하이로 바뀌는 배경 위로 카메라는 시종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80층 높이 건물 꼭대기의 기울어진 단면 위로 떨어져 정신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이단의 모습은 어지럼증을 일으킬 정도. 허리에 와이어를 묶은 이단이 바닥에 닿을 듯 빠르게 낙하하는 1편의 유명한 장면이 재현돼 재미를 주는데 그 사이 장비가 좋아졌는지 손이 아프도록 줄을 당기는 팀원은 필요없다.
그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첨단 장비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섭섭할만하다. 굳이 꼽자면 화장품 거울 속 카메라로 얼굴을 찍어 전송하면 그 자리에서 입체 가면을 깎아내는 기계가 새롭다. CCTV 앞에 사진을 붙여 경비원의 눈을 속이거나 맨홀 위에 차를 세우고 바닥을 열어 빠져나가는 설정 등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진부하다.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눈물까지 흘리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이 스펙터클한 화면과 어우러져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일선에서 물러나 요원교육을 담당하던 이단이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약혼 파티를 여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급히 찾아온 상사가 건넨 1회용 카메라에는 이단의 제자였던 린지 요원이 국제 암거래상 오웬(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납치됐다는 동영상이 ‘5초 후 소각된다’는 경고와 함께 들어 있다. 고민하던 이단은 새로운 팀과 함께 린지 구출에 나서지만 실패한다.
이에 분노한 이단은 바티칸의 행사에 참석한 오웬을 납치하지만 뒤쫓아온 사설 특수부대에게 그를 빼앗길뿐 아니라 줄리아마저 납치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오웬의 전언은 48시간 안에 정해진 곳에서 ‘토끼발’이라는 물건을 빼내오지 않으면 줄리아를 죽이겠다는 것. ‘불가능한 임무’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3일 개봉. 15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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