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제3회 천상병 예술제’를 보고

하늘로 떠난 그를 만나다

‘제3회 천상병 예술제’(의정부예술의전당, 28·29일)는 천상병 시인(1930~1993)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의 어린아이처럼 맑은 동심과 시심을 만나는 자리였다.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자리잡고 말년을 보낸 천 시인의 흔적을 그리워한 사람들이 모여 사라져간 시심을 되살렸다.

특히 2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는 지상에 잠시 ‘소풍’ 나왔던 천 시인과 진한 차 한 잔하며 옛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천 시인의 해맑은 미소가 스크린에 비추고 거침 없는 그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배우 장두이씨 사회로 열린 이날 음악회는 80세가 넘은 원로 성악가 오현명씨와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가수 이동원씨,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씨가 이끄는 철가방 프로젝트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천 시인과 생전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고령의 나이에 몸이 불편한 오현명씨와 춘천에서 달려온 이남이씨 등 출연진 모두가 천 시인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이남이씨는 “하늘에서 천 선생님이 오늘 더 기쁘게 웃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공연 중간에 시인들의 시 낭송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천상병문학상 수상자인 김신용 시인이 ‘주막에서’를, 박정희 시인이 ‘행복’을, 정호승 시인이 ‘새’를 낭송했다. 배평모 소설가와 장두이씨의 짧은 대담은 천 시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공연은 단순히 천 시인을 그리워 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시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시와 삶에 대한 의미를 더 깊이 들여다 보자는 취지였다. 의정부시합창단은 시 ‘귀천’을 3개의 테마로 각기 달리 연주했으며, 두엣 ‘나무자전거’는 천 시인의 작품 ‘나의 가난에’ 곡을 붙여 초연하기도 했다. 또 이남이씨도 자신만의 ‘귀천’ 버전을 선보였다.

여기다 사회자 장두이씨는 공연의 처음과 끝에 천 시인의 시 ‘귀천’, ‘아내’, ‘새’ 등의 시에 뮤지컬 곡을 붙여 독창을 선사했다. 극단 즐거운 사람들은 천상병 시인을 소재로 뮤지컬을 준비중이다.

공연을 주최한 경기문화재단과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지난 2004년부터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함께 천 시인을 조명하고 있다. 올해는 50·60년대 비평에도 심취했던 천 시인의 문학세계를 체계적으로 다룬 ‘천상병 문학 심포지엄’을 처음 열었으며, 김민 국민대 교수가 천 시인의 육필원고에서 발췌한 글자를 이용해 한글폰트 ‘귀천체’를 개발한 것이 큰 성과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천 시인과 함께 한 문화예술가들과 그의 시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그의 기일(4.28) 즈음 열리는 예술제와 함께 문학관이 건립되기를 바란다. 천 시인의 작품에 푹 빠진 젊은 시인들이 수락산 문학관에서 순수한 마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활짝 지피는 화톳불이 되기 바란다./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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