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천명훈 사태’ 막으려면….

소속사와 갈등으로 연일 온라인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천명훈.

천명훈이 사태 해결 때까지 방송활동 임시중단을 선언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천명훈측과 뮤직팩토리측의 입장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뮤직팩토리 김태형 대표,천명훈측이 선임한 고승덕 변호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향후 사태를 전망해 봤다.

“계약 관계” “계약 실효상태” 팽팽

사건의 발단은 천명훈이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해외촬영을 위해 뮤직팩토리와의 조율 없이 그룹 NRG 관련 일정을 펑크를 낸 것. 이에 뮤직팩토리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을 통해 ‘출연 중단 요청’ 공문을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에 보냈고 이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겉으로 드러난 양상은 천명훈의 독자적 행동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김태형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11년을 함께 해 온 정리와 관행상 계약서만 작성하지 않았을 뿐 지난해 8월16일 계약금 8000만원을 입급했다. 또 지난 8개월 동안 뮤직팩토리를 통해 방송에 출연하는 등 매니지먼트를 계속해 왔으니 실제적 계약 관계에 있다. 7개월이 지난 3월에야 돈을 돌려주면서 ‘계약 관계 끝’이라고 하면 그만인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천명훈측 고승덕 변호사는 “계약 관계의 기본 조건은 전속금 지급과 계약서 작성인데,뮤직팩토리 측에서는 이전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오랜 기간 전속금을 주지 않았다. 실랑이 끝에 전속금 1억원에 계약서를 쓰기로 약속했으나 8000만원만 입금했고,잔금 지급을 종용했으나 주지 않아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받은 돈을 돌려준 것이다. 계약은 전속금을 주지 않은 시점부터 이미 실효상태였다”고 밝혔다.

“키워 놓으니 빼간다” “명백한 업무방해”

팽팽한 입장 차의 배경이 단순히 계약 조건을 둘러싼 갈등일까.

김 대표는 “기획사들은 성공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신인을 무명 때부터 키운다. 일종의 투자다. 천명훈도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이름을 알려 스타가 될 만하면 대형 기획사들이 돈으로 노린다. 공들여 키워 놓으면 돈으로 빼가는 것이다. 사태가 커지니 물밑으로 쑥 들어갔지만 이번 경우에도 천명훈에게 몸값을 올려 제시하면서 빼가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이런 경우가 특히 많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유명 연예인이 속한 매니지먼트사 인수를 호재로 이용해 코스닥 우회 등록을 노리는 과정에서 타 기획사의 연예인들을 빼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고 변호사는 “이게 무슨 노예계약인가. 전속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출연료 정산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은 명백하게 업무상 횡령이다. 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라는 단체와 기존 방송사 로비망을 통해 제작진에 압력을 가한 것은 업무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사실 계약 실효인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2억원의 스카웃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천명훈은 오랜 정을 생각해 그 절반인 1억원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8000만원을 돌려주자 4000만원을 다시 입급했는데 이는 사태 무마용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상복귀를 원한다” “함께 할 생각 없다”

김 대표는“천명훈측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실제로 고소당한다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떳떳하게 조사받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까지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원상복귀 상태로 돌려졌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원상복귀 뿐이다”라며 원만한 해결 의사를 비쳤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천명훈과 내가 무슨 투사인가. 우리도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 그러나 뮤직팩토리측에서 보이는 행동은 원만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출연료 미정산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이 끝나는 대로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예인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기획사의 횡포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의미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천명훈 일정을 관리하고 있는 관계자 박모씨는 “천명훈이 NRG 활동은 몰라도 적어도 뮤직팩토리와는 다시 일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2의 천명훈 사태’ 막아야

대형 자본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속속 입성하면서 소위 ‘잘 나간다’ 싶으면 기본적인 상도덕을 무시하고 타 기획사의 연예인을 돈으로 빼가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또 단체의 힘을 빌어 지상파 방송사에 발언권을 높이고 연예인 개인의 활동에 제약을 걸 정도로 기획사의 영향력도 커졌다.

자본은 넘쳐나나 문화는 성숙하지 못한 매니지먼트 업계의 기형적 성장과 비도덕적 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제2의 천명훈 사태’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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