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고현정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해변의 여인’(영화사 봄, 공동제작 전원사)의 제작발표회가 17일 오후2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애스톤하우스에서 열렸다. 고현정은 “원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고민도 하지 않고 ‘감사합니다’하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여배우의 노출이 있었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현정은 “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욕심은 있지만 첫 영화인 만큼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혀 필요하다면 노출연기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상대 배우인 김승우는 “내가 알기론 베드신이 없다. 침대에서는 안 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 감독은 고현정을 “광섬유 다발처럼 빛을 뿜어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홍 감독은 또 “평소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얼굴만 쳐다봐도 너무 좋다”라며 고현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현정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 하는 분야”라며 “지금까지는 보호를 받아 오다가 이제서야 성인이 돼서 한 발짝 나온 것 같다. 지금까지 그림일기를 그려 왔다면 이제 칸이 없는 빈 일기장을 선물받은 기분이다”라며 첫 영화에 임하는 소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사실 홍상수 감독은 완성된 시나리오보다 촬영현장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고현정, 김승우, 김태우, 송선미 네 배우 모두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김태우는 “출연 제의가 아니라 통보였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고 김승우는 “목숨 걸고 만들겠다는 감독님 말을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6월 결혼을 앞두고 출연을 결정한 송선미 역시 “감독님을 믿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네 배우 모두 홍상수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 제작자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이 영화는 출연자 네 명의 대폭적인 경제적 희생이 없었으면 만들어지기 힘들었다”라며 낮은 출연료를 받고도 출연을 결정해 준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 대표는 또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이 영화가 홍 감독의 과거 작품들보다는 상업성을 띨 것을 예고했다.
홍 감독 역시 “오 대표에게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해변의 여인’은 봄바다로 여행을 떠나 하룻밤을 같이 보낸 30대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 촬영도 여행 여정대로 진행된다. 10대의 순정도, 20대의 짜릿함도 아닌 30대의 유쾌하고도 쌉싸름한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담게 될 이 영화는 6월까지 촬영을 마친 뒤 9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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