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개봉작 7개…때아닌 무더기 개봉,그 이유는?

지난 2004년 이맘때 ‘아홉살 인생’이 개봉했다. 당시 영화를 보고 제작자인 서현석씨와 연락이 닿았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예술감독을 지낸 서현석씨는 전도연·이병헌이 주연했던 ‘내마음의 풍금’(1999년)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흥행이 기대되네요”“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문제가 없었다. 다름아닌 당시 전국을 휩쓴 대통령탄핵 때문이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국회에서의 탄핵사태가 생중계되는데, 영화에 눈을 돌릴 관객들이 많지 않았다. ‘아홉살 인생’외에도 당시 개봉했던 영화들은 십중팔구 흥행성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국가적인 이벤트가 다가오면 영화관계자들은 초조해진다. 그런 초조함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4월의 극장가다.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가 7편. ‘봇물개봉’은 지난달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에도 5편의 영화가 내걸리는 등 매주 4∼5편의 영화가 신고식을 치렀다.

이같은 개봉도미노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다음주에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매치포인트’ 등 5∼6편이, 그 다음주에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틴 블록’ 등 6편 등이 개봉한다. 이달에만 20여편이 선보인다. 그야말로 봇물이 터진 셈이다.

연중 비수기로 꼽히는 4월에 개봉이 집중되는 현상은 흔하지 않다. 왜 그럴까. 6월 독일월드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에는 ‘MI3’‘다빈치코드’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공습대기중이다. 중소규모영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영화들도 ‘일단 피하고보자’는 심리에 기대 개봉을 서두르거나 아예 늦추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봇물경쟁이 관객입장에선 즐거울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진주같은 영화를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한 것도 이맘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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