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작 ‘원초적 본능’. 취조 중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다리가 교차하던 순간 아찔한 관능미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원초적 본능 2’가 관객을 찾는다. 이제는 마흔 여덟이 된 샤론 스톤이 다시 주인공을 맡았다.
보통 속편을 만들 때는 전편을 넘어서는 규모나 물량 공세,줄거리 비틀기 등으로 전편의 분위기를 유지하며도 색다른 무언가를 주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편의 영광에 기대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기본 설정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흡사하다. 작가 캐서린(샤론 스톤)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달라진 것은 캐서린의 파트너가 경찰 대신 정신분석 담당 의사 마이클(데이비드 모리시)로 바뀌었고 캐서린과 마이클 사이에 부패경찰이 개입한다는 정도다.
달리는 스포츠카 안에서 축구 스타와 위험한 정사를 나누던 캐서린. 차는 강으로 추락하고 남자는 사망한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캐서린은 경찰의 정신감정 의뢰에 따라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된다.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 중독’이라는 감정 결과를 받은 캐서린은 마이클을 향한 유혹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마이클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살해되면서 급기야 마이클이 범인으로 몰린다.
샤론 스톤은 나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미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에 익숙해진 팬이나 전편에서 보여준 그녀의 섹시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세월을 빗겨가 섹시함을 발산하려는 배우의 노력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속편만 아니라면 굳이 ‘원초적 본능’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붙일 이유도 없었을 듯하다. 남자 주인공 데이비드 모리시의 매력도 마이클 더글러스에 못 미친다.
그럭저럭 긴장감 있는 미스터리가 될 수도 있었겠으나 전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추측 가능한 영화가 됐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러 간다면 옛 기억을 지우고 기대 수준을 최대한 낮추자. 의외로 누가 범인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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