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청춘만화.마법사들

● 청춘만화

가슴 찡한 ‘사랑과 우정사이’

미리 밝히자면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처럼 다소 유치하면서도 포복절도하는 웃음은 없다. ‘젊은 날의 초상’이 발랄하고 진지하게 그려지는 게 이 영화의 장점.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콤비 권상우-김하늘이 3년만에 다시 만나 선보이는 영화 ‘청춘만화’(감독 이한 제작 팝콘필름)는 정감 있는 터치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물론 웃긴다. 벌써 상당한 경력을 쌓은 두 배우는 자연스럽게 대학 2년생의 감성으로 웃음의 맥을 짚어나간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툭툭 던지는 한마디, 묘사되는 상황에 절로 웃음이 간다. 중반 이후부터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청춘의 표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결코 청춘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한 관객들에겐 날벼락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듯하다.

권상우와 김하늘은 시사회 직전 “웃기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이 느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장면 하나하나 놓치기에는 이야기 구조가 촘촘하게 엮여 있어 속도감을 주기 위해 더 이상 무리수를 둔다면 멜로영화의 감성을 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다소 이 영화의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두 주연과 조역까지 등장인물들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질 나쁜 성정을 가진 이가 없다. 시나리오까지 쓴 감독의 세상에 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한 감독의 전작 ‘연애소설’을 아직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청춘만화’가 어떤 식의 청춘영화로 나아갈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지환(권상우 분)과 달래(김하늘 〃)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3년동안 친구로 지내왔다. 청룽(成龍)과 같은 액션배우가 소망인 지환은 참 열심히 산다. 태권도학과를 다니면서 틈틈이 스턴트맨 생활을 한다. 달래는 배우가 소망. 그런데 오디션만 보면 심장박동이 뛰어 번번이 떨어지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지환에게 뜻밖의 사고가 일어난다. 이를 통해 그저 친구인 줄만 알았던 두사람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센 웃음은 없다. 맑고 건강한 청춘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온몸을 던져 스턴트맨을 대역 없이 거의 연기해낸 권상우의 욕심은 칭찬할만하다. 김하늘은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온 상대 배우들마다 칭찬했듯 파트너를 편하게 이끄는 재주를 지녔다. 자신 스스로의 진한 코믹 연기는 없지만, 권상우의 코믹 연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한편 멜로의 감성을 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영화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극단적인 캐릭터가 없어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어쩌겠는가. 감독이 세상을 보는 눈이 이럴진대. 두 배우 말대로 “웃다가 울고 나오는” 영화이니 알고 보자.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마법사들

추억은 마법과 같다 상처를 낫게 하니까…

최근 들어 마법이나 마법사를 소재한 한 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다. 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의 삶이 힘겨운 현대인들에게 지팡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천사나 마법사 존재는 비현실적이지만 현대인의 지친 내면을 잠시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1회용 진통제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법사들’(감독 송일곤 제작 드림컴스)이란 재미있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판타지 영화로 착각하기 쉬운데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 장르다. 해체된 인디밴드 마법사 멤버들이 3년 전 자살한 동료 기타리스트 자은(이승비 분)의 기일(忌日)에 모여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는다는 따뜻한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와 일본 도쿄 필름엑스(Tokyo Filmex)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마법이란 이들이 함께 모여 공유하는 추억들. 자은의 제삿날 드러머 재성(정웅인 〃)과 베이시스트 명수(장현성 〃), 보컬 하영(강경헌 〃)이 나누는 음악과 사랑에 대한 추억은 마법처럼 이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영화는 연극적인 형식미를 차용, 96분이란 상영시간을 장면마다 나누지 않고 한 테이크로 촬영한 ‘원-테이크(One-Take)’ 기법을 활용했다. 상영시간 내내 변화가 없어 지루한 감도 있지만 연극을 보는 듯해 신선하게 다가온다. 코미디 배우로 각인된 정웅인의 내면연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짐 캐리 웃음선물 ‘뻔뻔한 딕&제인’

짐 캐리의 즐거운 연기는 정말 천부적이다. 이제 44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웃음을 주는 연기 또한 경륜이 붙었다. 예전의 화려한 개인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소박하면서 경박하지 않은 웃음의 기술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뻔뻔한 딕&제인’은 한 마디로 유쾌한 영화다. 마지막 결론이 다소 황당하지만 보는 내내 짐 캐리의 다재다능한 면모에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오는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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