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검열·동성애·부패…미국 내부 문제에 눈길 돌린 아카데미

올해 아카데미의 특징은 인종차별,검열,테러,부패,동성애 등 정치·사회적인 주제의 영화들을 작품상 후보로 올렸다는 점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의 성향이 정치적이었던 만큼 시상식도 정치적인 조크와 코멘트들로 이어졌다.

그동안 블록버스터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작품으로 아카데미를 독식했던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는 몇몇 기술상을 빼고는 주요상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여기에 인디영화의 대부인 로버트 알트만이 공로상을 받음으로써 2006년 아카데미는 ‘인디영화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4관왕 이상 수상작 없이 오스카 트로피가 비교적 골고루 배분된 것도 이번 아카데미의 특징이다. 3관왕이 4편 나오기는 했지만 예년처럼 감독,각본,주·조연,기술상 등을 석권하지는 못했다.

아카데미가 ‘브로크백 마운틴’ 대신 ‘크래시’에 최우수상을 안겨준 것은 미국내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제기하되 덜 논쟁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성애 문제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아카데미의 경향은 트랜스젠더 문제를 다룬 ‘트랜스 아메리카’의 펠리시티 허프먼보다 ‘앙코르’의 리즈 위더스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카데미는 특히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골든글로브를 휩쓴 팔레스타인의 ‘파라다이스 나우’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치’를 수상작으로 선정함으로써 자국과 연관된 민감한 문제에서 벗어나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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