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맞이’ 내집손님 돌보듯 해요

“용인 여성회관 자원봉사자 입문 성숙한 공연문화 만들기 맹활약”

“공연장 서비스, 저희들에게 맡기세요”

도내 시·군들마다 수십여곳의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운영되고 있다. 주5일근무제 정착과 함께 다채로운 국내외 공연을 즐기려는 관람객들의 발길 또한 잦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의 30~40대 젊은 엄마·아빠들의 자녀 사랑은 공연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미취학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자녀들 손을 꼭 부여잡은 부모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9월 용인시 풍덕천동에 설립된 용인시 여성회관(관장 이연우)은 수지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회관 내 공연장인 큰어울마당(640석)과 작은어울마당(180석) 등은 연말연시를 맞아 관람객들이 꽉꽉 들어차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용인 수지는 관람객 대부분이 30대 주부와 자녀들이다. 나름대로 문화적 욕구가 대단하다는 반증이다. 여성회관은 원할한 공연을 위해 주부들로 구성된 ‘하우스 매니저’ 3명이 공연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1년 경력의 왕고참 고복남씨(39·여·풍덕천2동 신정마을)와 반년 정도의 이형주씨(32·여·풍덕천2동 신정마을), 갓 3개월을 넘긴 김선미씨(38·여·풍덕천2동 현대성우아파트) 등이 그들이다.

원래 ‘하우스 매니저’는 관객 서비스를 총괄하고 이미지를 수놓는 공연계의 뜨는 전문직이다. 국내 20여명 밖에 없는 전문직이지만, 이들 주부 3인방은 가정집을 돌보듯 넉넉한 품으로 공연장과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공연이 좋아 자원봉사자로 입문한 이들은 바로 회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자 관람객이다.

고씨는 “회관이 개관할 당시만해도 슬리퍼 차림의 아저씨가 티켓팅을 했다고 들었어요. 이쁜 아가씨들은 아니지만, 주부 입장에서 봉사한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용인서 7년째 거주하는 김씨는 공연 마니아다. 회관이 건립되기전, 아이 둘을 데리고 수원까지 공연을 보러 가는 열정을 발휘했다.

김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문화봉사를 했는데 연말이어서 10회 정도 참여한 것 같다”며 “공연장서 동네 아줌마들 만나는 재미도 솔솔찮다”고 귀뜸했다.

이들중 이씨는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초등학교 2학년을 둔 어엿한 주부다. 이씨는 “집안 어른들이 아이를 봐주기 때문에 저녁시간 활용이 가능하다”며 “‘좋은 공연 없느냐’는 주위 엄마들의 물음에 자연스레 공연홍보 사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다 좋은 공연진행을 위해 그날 공연내용은 물론, 공연 동선, 리허설, 관람객 성향 등을 파악해야 한다. 고씨는 “수준 높은 공연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며 “공연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연장 관리에서 가장 큰 고충은 미취학 아동들의 돌출행동. 비록 나이 제한이 있지만 기여코 “우리 아이는 괜찮다”며 입장하려는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다.

김씨는 “관람객들이 좀 더 공연예절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음식물을 반입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씨도 “처음보다는 그래도 많은 관람객들이 협조해 준다”며 “2~3세 아이들의 경우 언제 울음을 터뜨릴지 모르는 만큼 정중히 ‘입장할 수 없다’고 말하면 점점 이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들의 작은 봉사가 지역문화를 일구는데 한몫하고 있다. 자신들 또래 부모들을 설득하며 좀 더 나은 공연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옷매무새를 다지는 미소가 아름답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i@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