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중남미 문화로 여행
“중남미 문화원(원장 이복형)을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남미 문화를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 위치한 중남미 문화원은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으로 구성돼 있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30여년간 중남미 국가 대사로 활동했던 이복형 원장(74)과 이 관장의 부인 홍갑표 이사(72)가 손수 모은 유물들을 전시, 노부부의 중남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5천여평의 대지에 펼쳐진 중남미 문화는 이국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1994년 개관한 박물관은 붉은 파벽돌(오래된 건물 철거시 나오는 벽돌)로 지었으며, 외관은 작은 성채를 연상케 할 만큼 견고하고 웅장하다.
중남미 문양을 한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높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과 황금빛 태양신과 얼굴을 마주한다. 그 아래 백색의 우아한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1천500여점의 전시유물을 통해 마야와 잉카, 아즈텍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찬란했던 문화유산과 역사, 생활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여기다 스페인의 멕시코 침략이후 전파된 가톨릭 문화는 고대문명과 결합해 은제품이나 성물 등의 새로운 중남미 문화를 탄생시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멕시코 원주민들의 다양한 토속문화. 단순한 토기부터 석기, 목기, 가면, 공예품 등이 다섯 가지 테마로 분류·전시중이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개모양 용기’(AD 100~1500년)와 ‘멕시코의 웃는 얼굴’(AD 250~450년)과 ‘풍요의 신’(AD1400년) 등은 단순한 토기를 넘어 신앙의 상징으로 제작한 것.
또 ‘손가락을 빠는 토우’는 벌거벗은 어린 사내아이의 모습을 담았는데, 천진난만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주한 우루과이 대사로부터 기증받은 안데스 유물도 의미가 깊다. AD100년경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서 발견된 안데스지방 인디오들의 직물인 ‘앗수(Ajsu)’로 만든 여인들의 치마둘레와 호신구 등을 보관한 배낭 ‘쮸스빠(Chuspa)’도 만날 수 있다.
가면실은 200여개가 넘는 각종 가면들이 벽면을 빼곡히 장식했다. 강렬한 원색의 가면들은 카니발이나 종교의식 등에 사용됐으며, 나비모양과 두세 개의 얼굴을 동시에 담거나 뿔난 악마의 형상 등 가지각색이다.
가톨릭 전파이후 변화된 문화상도 엿볼 수 있다. 은으로 만든 장신구와 생활식기, 구리공예작품, 정갈한 클래식 가구 세트도 전시했다.
박물관 내 화장실도 중남미풍의 문양을 담은 타일로 꾸며 놓아 더 정감이 느껴진다.
박물관을 나와 바로앞에 마주한 미술관은 평면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중남미 현대미술작품과 섬유공예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마르띠네스(멕시코)의 ‘수박 파는 여인’과 갈요(니까라구아)의 ‘꽃 파는 여인’, 차바리(멕시코)의 ‘작은 노망’ 등 중남미의 특유의 시원스런 색상과 과감한 선처리가 인상적이다. 또 미술관내 아트숍에는 은이나 구리로 만든 수공품과 종이·천인형, 각종 도자기류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2001년 개관한 야외조각공원은 멕시코, 베네주엘라, 브라질, 칠레 등 12개국의 유명 조각품과 정겨운 산책로가 어우러진 곳.
입구에 설치한 코요아칸 대문을 들어서면 여인의 몸체 2개를 평면처럼 만든 구즈만(멕시코)의 ‘여인동체’와 기하학적 형상을 담은 비토르 살라드(베네수엘라)의 ‘마름모’, 몬띠엘(멕시코)의 ‘세 여인’ 등 수십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지난해 9월 이곳에서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의 패션쇼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야외조각공원에 조성한 나무들은 이 원장 부부가 직접 심은 것. 길가를 따라 우뚝 솟은 목련 등이 잘 정돈돼 있고, 곳곳에 의자를 설치해 잠시 쉬어 갈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원장은 “이 산책로를 거니는 연인은 꼭 결혼하게 된다”며 산책로 예찬론을 펼쳤다.
문화원 관람 후 출출하다면 스페인과 멕시코 전통음식을 권하고 싶다.
스페인의 전통 볶음밥 ‘빠에야’는 쌀밥에 노란빛이 나는 향신료인 사프론과 각종 고기, 야채를 넣어 볶는 요리다. (하루전 예약)
또 3월부터 10월까지 야외조각공원에서는 멕시코 전통음식 ‘타코’의 매콤함도 만끽할 수 있다.
중남미문화원은 지금도 조성중이다. 내년 10월 완공목표로 종교관인 ‘까피아’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까피아는 60여평 규모로 라틴 바로크식 성당을 추구하며, 이미 멕시코에 재료를 주문한 상태. 또 2007년께 야외음악당을 만들 계획도 품고 있다. 문의 (031)962-9291 www.latina.or.kr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인터뷰/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
“남의 문화 알아야 우리것 바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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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대사로 퇴직후 민간외교대사로 활동하는 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
30여년의 중남미 전문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이 원장은 문화를 매개로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한 세계화가 필요해요. 우리 문화도 중요하지만, 남의 문화도 알아야 우리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93년 은퇴이후 고양시에 조성한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곳곳에 이 원장의 흔적이 가득하다.
“전 정원사이자 청소부입니다. 12년째 아침 2시간 동안은 산책로와 주변을 청소하고, 부쩍 자란 정원수도 직접 손질하고 있어요”
이 원장은 내 손 한 번 만져보라며 불쑥 손을 내밀었다. 중남미 4개 국가를 관장한 공관장의 경력을 지닌 그의 손은 거칠었다.
“내 손은 농부의 손이지…”
이 원장은 아직도 현역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시 세계꽃박람회 자문위원장과 한국중남미협회 고문 등을 맡았고, 문화원 안팎에서 중남미 관련 강의를 펼치고 있다.
중남미 문화 메신저로 활동하는 이 원장은 그 공로로 지난 10월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이에 앞서 2001년 문화관광부장관 우수박물관상과 1995년 문화체육부장관 우수박물관 표창을 받았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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