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앓는 ‘남매의 꿈’

한국에서 100명 밖에 없다는 선천성 대사효소 결핍증(PKU). 이름도 생소한 이 병을 앓고 있는 남매가 있다.

올해 스물 한 살의 윤아(21)와 승준(20)이. 몸 안에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단백질을 섭취하면 안되는 희귀병이다.

남매의 부모님은 처음에 아이들이 뇌성마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8세가 됐을 때 PKU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희귀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이 10개가 넘는다. 약이 없으면 경련이 일어나고, 생명까지 위험 할 수 있다.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이들 남매에게도 소중한 꿈이 있다. 승준이의 꿈은 성악가가 되는 것이고, 윤아의 꿈은 화가다. 하지만 이 남매에게는 선 하나 긋는 것도, 음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윤아는 삼육대학교 아동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손에 힘이 없어 제대로 붓을 쥐는 것도, 선을 바르게 긋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윤아는 매일같이 연필을 들고 그리고 또 그린다.

사실 윤아는 학고재에서 전시회를 했을 만큼 실력이 좋다. 색깔 선택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떨리는 음성, 부정확한 발음. 누나와 같은 학교 성악과를 다니고 있는 승준이에게 성악은 특별한 도전이다. 악기를 전공했다면 이보다 더 잘했을 것이지만 승준이는 굳이 성악을 택했다. 음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발음이 부정확한 승준이로서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승준이는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같은 병을 앓고 있어 서로의 아픔을 너무 잘 알게 된 윤아와 승준이. 특히 윤아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힘든 성악을 하고 있는 동생이 안쓰럽게만 느껴지는 윤아는 승준이의 하나밖에 없는 팬이기도 하다.

누나 윤아는 이래저래 승준이의 좋은 친구다. 승준이의 수업까지 따라가 들을 정도다. 승준이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달래주고, 장난도 치며 승준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윤아의 몫이다.

윤아와 승준이에게 얼마 전 좋은 일이 생겼다. 윤아는 복지관에 취업원서를 넣었다. 미술 공부를 더 하고 싶긴 하지만 사회경험을 쌓는 것도 꼭 필요한 일 같았다. 승준이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요즘 들어 공연제의도 쏠쏠찮게 들어온다. 뒤늦게 사춘기가 왔는지 부쩍 얼굴에 여드름도 많이 났다.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두 남매 윤아와 승준이의 끊임없는 도전은 KBS 2TV ‘인간극장’ ‘오솔레, 오솔레미오’(연출 박종훈)라는 제목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 5부작에 걸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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