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는 위대한 유산”
“고려불화는 고려 500년 역사의 모체입니다”
30여년동안 고려불화를 재창현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수원 계태사 혜담(慧潭) 스님.
국가차원에서 불교를 장려했던 고려와 달리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에 따라 화려하고 장엄한 고려불화는 퇴색됐다.
불화는 인도와 중국 등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이어졌지만 고려불화는 독창적인 색감과 구도로 독자적인 미술양식을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밝혀진 고려불화는 국내외에 걸쳐 모두 130여점. 이중 국내 소장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등지에서 13점이 고작이고 일본 도쿄 정가당문고 미술관 등이 106점, 파리 기메 미술관·베를린 동양 미술관 등 유럽과 미국 등이 17점을 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혜담 스님은 “우리의 혼이 담긴 고려불화 90%가 일본 등 외국서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차원에서 고려불화 복원과 문화유산화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려불화의 우수성과 멋스러움을 알리기 위해 혜담 스님은 전시를 통해 일반 대중과의 만남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99년 수원 뉴코아갤러리를 시작으로 4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고 내년 2월 경기도 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다섯번째 전시를 마련한다.
“수월관음도 등 80~90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시까지 한 작품이라도 더 그려 고려불화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요”
혜담 스님의 고려불화에 대한 열정은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을만큼 애잔하다. 작업에 몰두할 때는 2시간 밖에 잠을 청하지 못해 손떨림 증상이나 팔이 빠지는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붓을 놓을 수 없었어요. 빛 바랜 옛 고려불화를 하나둘 재창현하며 깊어 가는 불심은 물론 소중한 문화유산을 일궈 간다는 보람이 더 컸어요”
그동안 제작한 작품들은 ‘아미타여래’, ‘약사여래불’, ‘십왕도’, ‘양류관음도’ 등이 있다.
계태사 내 고려불화연구소를 마련, 작업과 후학들을 길러 내고 있는 혜담 스님은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도움도 컸다”며 “신도들을 물론 지역언론과 전 경기도의회 장현수 의원 등의 관심과 아낌 없는 배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69년 충청도 청량사로 출가한 혜담 스님은 동양철학 연구에 몰두했다. 혜담 스님은 불가 입문 후 토굴에서 수행을 정진하던 어느날 참선 자세로 맞은 일출 속에서 한없이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상의 모습이 고려불화속에 들어 있음을 깨닫고 지금도 이를 재창현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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