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독창성 가미된 ‘현대 진경’ 의미 모색
“진정한 진경산수의 가치는 실재하는 경치 또는 작가가 경험한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재 풍경을 그린 동시에 독자적이며, 한국인 정서에 맞는 화풍을 담은데 예술적 성취가 있다”
중앙대 김백균 교수는 2005 경기방문의 해 기념 ‘가고픈 경기비경’전(9·1~10·2)의 일환으로 23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동국진경의 탄생과 전개 그리고 현대진경’이란 주제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와 탄생배경 및 현대진경의 출현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진경산수의 성과는 “중국풍의 그림에서 벗어나 완전한 우리식의 산수를 탄생시킨데 의의가 있다”며 “겸재 이전에도 실경을 그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국의 화법이나 중국의 자연과 기질을 반영하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관점에서 우리 것을 보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반문할 수도 있지만, 중국의 시각에 맞춰져 있던 시대에 진경산수는 개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강희언, 김윤겸, 정황, 최북, 김응환 등에게 계승됐고, 심지어 조선후기 민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어 현대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 탐색 과정에서 출현한 ‘현대진경’이란 단어는 일랑 이종상에 의해 새롭게 정의됐다.
김 교수는 “일랑이 주장한 현대진경은 전통적인 한국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그릇으로써 미술을 향한 과정속에서 만든 말”이라며 “특정한 지역성을 강조한 실경이 아닌, 항상 새로운 시대 미감을 요구하는 화가 자신의 ‘심상의 거울’”이라고 해석했다.
즉 일랑이 주장한 현대진경은 한국적인 주제와 한국적인 표현양식에 초점을 두고 실제 나의 삶을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표현한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날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미술평론가)은 ‘한국 현대미술, 현대진경의 정신과 전망’을 주제로 현대진경을 추구하고 있는 작가들을 조명하고, 이번 ‘가고픈 경기비경전’을 조망했다.
그는 작고한 사진작가 김영갑과 조각가 원인종·김종구, 판화가 이상국·홍선웅 그리고 화가 이종구와 이종상 등을 통해 현대진경의 흐름을 짚었다.
김영갑은 제주풍경에 몰입해 시공간의 흐름을 담았고, 김종구는 두꺼운 쇠통을 갈아낸 후 바닥에 깔고 비디오를 설치해 광활한 백두대간의 산세를 재현했다.
김종길은 “이번 ‘가고픈 경기비경전’은 그 동안 개별 작가의 연구 성과에 머물렀던 진경의 계승을 종합하고, 삶의 현장과 풍경을 담았던 작가들을 결합한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몇몇 작가는 자신이 일군 삶터를 중심으로 풍수지리의 세계관을 화폭에 담아 현대풍경을 해석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좀더 치열한 작가적 의식, 첨예한 시선, 당대 이 땅의 진실한 풍경에의 탐색이 있어야 한다”며 “현대진경은 결코 사실적 재현에 머물러선 안되고 풍경에서 풍경의 골수를 뽑아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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