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목되는 클래식 공연

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휴관 등으로 올 상반기 비교적 한산했던 클래식 공연계가 하반기 들어서는 다소 분주해질 것 같다. 21년 만에 한국을 찾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바그너 악극 ‘반지 4부작’ 국내초연 등 굵직한 무대들이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화제작과 주목되는 공연들을 미리 살펴본다.

가을엔 ‘클래식 감동’이 밀려온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11월 7~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 베를린 필이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 드디어 서울을 찾는다. 1984년 카라얀과 함께 내한한 이후 정확히 21년 만으로 최고석이 무려 45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입장료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 라벨의 ‘라 메르 르와’, 하이든의 ‘교향곡 86번’, 토머스 아데의 ‘아실라’,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을 연주한다.

▲마린스키 버전의 바그너 ‘링’=9월 24~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바그너가 직접 대본과 음악을 쓴 4개의 시리즈 악극을 ‘반지 4부작’ 또는 ‘링 사이클’이라 부른다. 엄청난 대작이기 때문에 4부작을 시리즈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이번에 오는 ‘링’은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버전이다.

2003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초연된 신작으로, 러시아와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 이 버전이 공연되기는 한국이 처음. 4부작이 하루에 하나씩 공연된다. 작품당 공연시간이 ‘라인의 황금’ 2시간 반, ‘ 발퀴레’ 5시간, ‘지그프리트’ 4시간 45분, ‘신들의 황혼’은 무려 5시간 반(휴식시간 포함)에 달한다. 때문에 평일 공연도 오후 5시에 일찌감치 시작한다.

▲한국을 빛낸 스타들의 고국 무대=조수미, 장영주, 장한나, 백건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들의 고국 무대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세계적인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와의 듀오 공연(30일 세종문화회관)을 준비 중이고, 하버드생 첼리스트 장한나는 8월 18일 예술의전당,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신포니에타와 협연 무대를 펼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9월 14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소나타 독주회에 이어 10월 17일 성남아트센터,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이반 피셔가 이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는 쿠르트 마주어 지휘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0월19일 성남아트센터, 20일 세종문화회관) 협연자로 출연한다.

▲해외 유명 연주자들의 내한공연=우선 세계적 권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1980년 대회에 나란히 참가했던 두 연주자가 눈에 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이보 포고렐리치(10월 6일 예술의전당)와 베트남의 당 타이 손(11월 30일 예술의전당)이다. 둘 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이 높다.

인기 첼리스트 요요마 독주회(11월 17일 예술의전당), 비올리스트 유리 바슈메트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10월 19일 예술의전당),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12월 6일 예술의전당) 등의 공연도 기다려지는 무대다.

성악 쪽에선 리트의 대가 페터 슈라이어가 11월 5일 예술의전당에서 고별 독창회를 열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남편 로베르토 알라냐와의 듀오공연 후 3년만에 내한독창회(11월 26일 예술의전당)를 갖는다.

주목 받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첫 독창회(10월 22일)도 성남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마련됐다. 이 밖에 말러 전문가로 유명한 ‘괴짜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과 KBS교향악단의 말러 2번 연주회(10월 15일 성남아트센터),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7~13일 세종문화회관 등) 공연도 눈길을 끈다.

▲반가운 오페라들=하반기 오페라 무대에는 ‘라보엠’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등 천편일률적인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그동안 잘 공연되지 않던 새로운 작품들이 많아 반갑게 느껴진다.

국립오페라단은 가을 시즌 첫 작품으로 유명 지휘자 대니얼 오렌과 세계적인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을 초청해 베르디의 ‘나부코’(10월 5~9일 예술의전당)를, 이어 11월 22~26일에는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공연한다.

예술의전당은 2005-2006 시즌 첫 오페라로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에’(10월28~31일)를 올릴 예정. 성남아트센터도 개관과 동시에 첫 자체제작 오페라로 구노의 ‘파우스트’(11월 24~27일)를 기획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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