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국영화·외화 기대작 겨루기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를 향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있는 가운데 7월 한 달간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의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한다.
전통적으로 7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띠는 시기다.
올해 7월 극장가도 ‘우주전쟁’과 ‘아일랜드’ 등 할리우드 영화와 ‘천군’, ‘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 영화 사이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 영화 외에도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나 토종 공포물 ‘여고괴담4:목소리’ 같은 복병들 역시 ‘깜짝’ 흥행을 노리고 여름 극장가의 관객들을 만나며, 8월의 첫주말에는 또 다른 기대작 ‘웰컴투 동막골’도 ‘제왕’의 바통을 이어받으려고 대기 중이다.
●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7일 개봉)=국내 극장에서 스티븐스필버그와 톰 크루즈 만한 흥행 보증 수표가 또 있을까? 이들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다시 뭉쳐 만든 ‘우주전쟁’은 한국을 포함해 올해 극장가에서 두말할 것 없는 최고의 기대작이다.
영화의 원작은 1898년 처음 출판된 동명의 원작 소설. 특히 30년대에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라디오 드라마가 방송돼 이를 현실과 혼동한 시민들에 의해 일대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영화는 외계인들의 침략과 이에 맞서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날 다리가 셋 달린 정체 불명의 괴물이 나타나며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된 이혼남 레이(톰 크루즈). 그는 외계인들의 침략을 피해 아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 아일랜드(The Island, 22일 개봉)=할리우드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4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더 락’, ‘아마겟돈’, ‘진주만’ 등을 만든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폭파장면과 웅장한 화면에 SF물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 묘사가 더해졌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자신이 살고 있던 곳과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희망의 땅 아일랜드가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복제인간 링컨(이완 맥그리거)과 조단(스칼렛 요한슨)이 자신들을 만든 창조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 천군(15일 개봉)=싸이더스가 85억원을 투입한 대작 프로젝트로 남북한 군인들과 핵물리학자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의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가 미국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 장교 민길은 핵물리학자 수연을 납치하고 이 핵무기를 빼돌린다. 그를 쫓는 남한 장교 정우 일행과 민길은 대치 중에 갑자기 40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이들이 가게 된 곳은 압록강 지역 국경 마을. 그 곳에는 막 과거시험에 떨어져 낙담한 채 한량처럼 생활하는 청년 이순신이 있다.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등이 출연하며 신인 민준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봄날은 간다’ 이후 이영애가 4년만에 출연하는 영화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기대작.
박찬욱 감독에게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이다.
영화는 13년간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여자 금자씨(이영애)가 자신을 가둔 한 남자에 대해 벌이는 복수극을 다룬다.
그동안 자세한 스토리나 세부적인 설정이 일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영화는 ‘올드보이’에 못지않은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복수극이 담겨있다는 것 정도만 소문으로 알려져 있다.
● 여고괴담4:목소리(15일 개봉)=공포영화 제작붐을 이끈 ‘여고괴담’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그동안 전편들이 주목했던 것은 ‘왕따’와 입시경쟁, 억압된 교육 현실, 소녀들 사이의 관계 등. 4편은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한 여고생에게 다가서는 공포를 담고 있다.
어느날 여고생 영언이 갑자기 살해되고 단짝 친구 선민은 이후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오직 혼자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에 두려운 선민.
그러던 중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신인 최익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김서형 등이 출연한다.
● 마다가스카(Madagascar, 14일 개봉)=2005년 애니메이션 중 최단기간 북미 흥행 1억 달러(약 1천억원)를 돌파한 영화사 드림웍스의 야심작. 정글보다 도시가 더 좋은 뉴욕 토박이 동물들의 모험담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태어나 살며 정글 구경은 한 번도 못해본 뉴욕 토박이 사자 알렉스와 그의 친구인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 등이 주요 캐릭터다.
‘캐스트 어웨이’나 ‘아메리칸 뷰티’, ‘혹성탈출’, ‘플래툰’에서부터 다른 애니메이션인 ‘슈렉2’까지 다양한 영화의 패러디가 볼거리.
벤 스틸러와 크리스 룩 등 더빙을 맡은 스타급 연기자들도 화려하다. 국내에서는 송강호가 한국어 더빙을 맡아 화제가 됐다.
● 웰컴투 동막골(8월4일 개봉)=총 제작비 8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는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국군 현철과 인민군 수화, 미군 스미스 대위가 마을 주민들과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은 총의 용도를 겨우 알까 모를까 할 정도로 순박하고 이 마을에 들어온 적들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졌지만 마을사람들에 동화돼 어느새 한 편이 되어버린다.
CF 감독 출신인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흥미로운 소재와 줄거리에 감각적인 화면이 가미됐다.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을 비롯해 미국 배우 스티브 태슐러, 임하룡 등이 호흡을 맞췄다.
△마더
‘딸의 남자’와 위험한 사랑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규정하는 엄마는 모성애가 극대화되는 대신 여성성은 거세된 느낌을 준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은 모든 아들이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그런 사실일 듯하다.
24일 개봉한 영화 ‘마더’(The Mother)는 ‘엄마도 여자다’라는 당연하면서도 도발적인 소재에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슬픔을 담담하게 묻어나게 하고 있다.
대도시의 외곽지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메이(앤 레이드). 어느새 6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그의 삶은 말수 적은 남편처럼 평온해 보인다. 런던에 들러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 그리고 딸을 만나는 메이와 남편.
하지만 갑자기 나이 든 남편이 사망하면서 메이는 전에 없던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혼자 지내며 묵묵히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메이는 런던으로 돌아와 아들과 딸의 집에 머문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만큼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한 아들 내외, 그리고 작가를 꿈꾸지만 자신의 적성에 불안을 느끼는 딸, 의례적인 인사만을 던지고 숨어버리는 손자, 손녀들. 삶을 더 무료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메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친구이며 딸의 연인인 유부남 대런(대니얼 크레이그)과 이야기를 나누던 메이는 갑작스럽게 그와 키스를 나눈다.
대학 중퇴 학력에 곤란한 경제 상황, 마약까지 흡입하며 히피적인 삶은 사는 그는 메이의 무료함에 생기를 가져다주고 둘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놀랍게도 영화의 감독은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의 로맨틱 코미디 ‘노팅힐’을 만들었던 로저 미셀. 감독은 전작의 발랄함은 제처놓았지만 인물의 감정선에 충실한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상영시간 112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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